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란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를 글, 사진, 영상 등의 형태로 제작해 SNS에서 공유하며 활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과거에는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SNS에 게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제작 규모가 커지고 상업적 성격이 강해지면서 기업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발표한 ‘2023년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4조 1254억 원이며,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산업 사업체 수는 1만 1123개, 종사자는 3만 5375명 규모다. 이러한 산업적 성장을 배경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매스미디어를 대체하는 또 하나의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 역할도 수행한다. 이들은 온라인 네트워크 중심에서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수신하는 개인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력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으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전통적인 마케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많은 브랜드가 온라인 인플루언서와 협력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인플루언서마케팅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240억 달러로 성장하고 2028년까지 52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인플루언서마케팅 허브(Influencer Marketing Hub)는 전망했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다른 마케팅 채널과 비교해 대등하거나 더 높은 광고 지출 대비 수익률(ROI)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한 교육 기업에서 4~16세 어린이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래 희망 1위가 콘텐츠 크리에이터(27.3%)로 나타났다. 2위는 연예인(16.9%), 3위는 선생님(10.9%)이 뒤를 이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적 수익 규모가 커지면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 가운데 유명 콘텐츠 크리에이터 세 명이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실험콘텐츠를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는 허팝은 42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며,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허팝의 본명은 허재원으로 그는 필자가 소속돼 있는 학과의 2008학번 학생이며,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 후 복학했다. 지금은 3년제 학과이지만 당시에는 2년제여서, 그는 복학과 동시에 졸업 후 진로와 관련해 지도교수인 필자와 몇 차례 상담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학생은 전공과 연계된 진로에 대해 지도교수와 상담을 진행하는데, 허재원 학생은 희망 진로를 묻는 지도교수에게 자신이 유튜버 활동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던 필자는 “어떻게 그걸 장래 직업으로 선택할 수가 있어? 그게 직업이 될 수 있어?”라는 기본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학생의 계획을 만류하고, 전공 관련 기업에 취업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지도교수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 출신인 그에게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소득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다그쳤으나, 그는 과정이 어렵더라도 유튜브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결국 지도교수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학생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스럽고 아찔한 일이다. 만약 학생이 지도교수의 권고를 받아들여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포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필자가 허팝의 탄생을 막는 과오를 저지르게 되었을 것이다.

몇 학기 전 지도학생 한 명이 배우가 되기 위해 관련학과로 전과 신청했다. 그 학생은 지금 해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 같아 전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또 다른 학생은 무대미술에 관심이 생겨 해당 학과로 전과할 것이라고 상담을 청해 왔다. 적극적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학생이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터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밖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학과를 떠나갔다.

이전 같으면 필자는 학생을 붙잡고 앉아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그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학과에 잔류할 것을 설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흔쾌히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응원한다. 십수 년 전에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내다본 제자로부터 얻은 가르침 덕분이다. 그때 교수는 틀렸고 학생이 옳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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