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
학생이 갖춰야 할 역량인 비판적 사고력은 균형 잡힌 생각을 형성하는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학교의 정책과 규정을 만들고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의 일부 내용에서 소름 돋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미국의 내전을 가상한 내용의 영화로 제목은 ‘시빌 워(civil war)’다. 영화의 한 장면은 다음과 같다. 내전의 와중에 총을 든 한 무리에 주인공의 동료인 기자가 잡혀있다.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동료가 가서 외친다. “우리는 다 미국인이다.(We’re American)”. 그러자 총을 든 상대편의 매서운 눈초리가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미국인이야?(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그러면서 대답하는 출신 지역에 따라 즉석에서 자기 판단대로 사람을 쏴 죽인다. 인간은 애석하게도 생각의 오류를 만들어 내는 이러한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롤프 도벨리가 지은 《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평생동안 ‘인간은 선하다’라는 이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 이론이 옳다는 증거를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반대로 ‘인간은 악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 이론이 옳다는 증거를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박애주의자이든 인간 혐오자이든 ‘확인되지 않은 증거’는 걸러내고, 대신 자신들의 세계관을 입증해 주는 수많은 증거들만 간직할 것이다.”
요즘 유튜브나 SNS 같은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이러한 확증 편항에 불을 붙인다. 단순하게 검색 한 번 만 해도 관련 콘텐츠를 보여 주고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콘텐츠에 지속해서 노출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유대감을 가지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자기 생각을 확고하게 지지해 주는 블로그에 방문하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 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이나 반대되는 이야기는 쉽게 배척되고 공격받는다. 아니 아예 의견에서 배제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이러한 확증 편향에 기반한 판단에 따라 흔하게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적어도 대학에서만큼은 한쪽에 치우친 사고를 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학생들을 배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가능할 때 우리는 적어도 그 사람이 사는 지역에 따라서,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 다니는 학교에 따라서,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서, 선호하는 그 무엇에 따라서 미리 어떠하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다시 앞서 언급한 책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먼저 당신이 믿는 문장을 써라. 그것이 세계관에 관한 것이든, 투자나 결혼, 건강보험, 다이어트, 또는 입신출세의 전략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다. 그런 다음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찾아 나서라. 그 과정에서 당신은 ‘믿는 문장’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수없이 많은 증거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과감히 지나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늘 반쪽짜리 진실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론들을 죽이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당신의 정신이 깨어 있다면 진정 믿을 수 있는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분야 크리에이터, 필명 Roman 작가가 쓴 칼럼에서 “쳐다보지 말기, Don’t Look Up”이라는 영화의 내용 중 미국 지식층에서 ‘한국은 그래도 위기에 대해서 그나마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대한민국은 어떤 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라는데 100% 동의한다. 아니 동의하고 싶다. 이 시기에 나부터, 우리부터 비판적 생각을 하고 진실을 바르게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위기에 잘 대응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