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 재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김윤주 재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김윤주 재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취업 걱정은 없다던 간호학과 졸업생에게 2024년은 재앙에 가깝다. 간호학과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은 81%를 상회했다. 하지만 의료대란의 장기화로 2024년 취업이 확정된 신규간호사의 60% 이상이 발령대기 상태로 있어 많은 병원이 2025년 신규간호사 채용을 실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신규간호사 모집을 실시한 기관은 17개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취업이 확정된 2025년 졸업생은 30%를 조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토막도 안되는 수치다.

4년 동안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집단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 미래 취업에 대한 불안과 우울감이 확산되며 휴학을 결정한 학생이 증가하면서 간호학과의 재학생 충원율마저 떨어지고 있어 간호학과의 고뇌가 깊어가고 있다. 간호학과의 우수한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대학의 주요지표를 견인하고 있던 대학본부 또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다
‘간호법 사태’에 이어 ‘의료대란’를 격으며 불안정한 국내 보건의료 현장을 넘어 미국, 호주, 두바이 등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사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간호사자격시험 주관기관인 NCSBN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 간호사 시험에 응시한 한국인 수는 2021년 650명도 되지 않았으나 2023년 3299명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었고 2024년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호주 또한 한국 간호사 면허를 호주 면허로 전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취업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호주 이민을 준비하는 간호사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 또한 이러한 국내외 노동환경의 변화를 파악하고 간호학과 졸업생의 해외 취업을 위한 학생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상황에 맞는 별도의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하지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재학생 대상의 ‘글로벌 현장학습’이나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해외취업 희망 청년을 위한 ‘K-Move’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적인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대학이 다수다. 대학에서는 졸업생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해외취업을 위해 장기적인 학생지원 로드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반갑게도 2024년 ‘올해의 전문대학인상’의 영광을 얻은 김효진 간호사가 저자의 졸업생이다. 김효진 간호사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Mount Sinai West 병원의 외과계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간호학과 학생에게 김효진 간호사의 사례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있는 대학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현장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글로벌 현장학습의 우수 성과를 공유하고 ‘해외 취업을 위한 학생지원 로드맵’을 안내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해외 취업에 대한 막연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제 계획을 준비하게 된다.

‘해외 취업을 위한 학생지원 로드맵’의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학년까지 대학에서 운영하는 단기 어학 프로그램과 방학 기숙형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공인어학시험 고득점을 획득하도록 지도한다. 3학년 때 ‘글로벌 현장학습’을 통해 미국 현지 교육기관과 병원 실습에 참여해 학생이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전교육과 현장방문 지도를 시행한다. 미국 취업을 위해서는 2년 이상의 국내 주요 병원의 중환자실, 응급실, 내외과 병동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4학년 때는 주요 병원으로의 취업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한다. 졸업 후에도 취업지도 멘토링을 통해 2년 동안 이직하지 않고 적응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김효진 간호사는 국내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2년 근무하는 동안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인 NCLEX-RN 시험을 준비하고 영주권 취득을 위한 준비를 꼼꼼히 진행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미국으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김효진 간호사뿐만 아니라 호주, 두바이 등에 취업한 졸업생이 늘고 있는 것은 대학의 ‘해외 취업을 위한 학생지원 로드맵’의 운영과 함께 해외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해외 취업과 진로 정보를 온·오프라인으로 공유해 주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보건의료 환경의 불안정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 취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안정적이고 질 높은 해외 취업을 위한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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