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까지 AP 응시 확산...“입시 수단으로 변질됐다” 판단

고려대가 2011학년도 입시에서 AP(대학과목 선이수제) 성적 반영을 폐지키로 했다.

고려대는 11일 ‘2011학년도 전형계획’을 통해 세계선도인재전형과 국제학부전형에서 “AP 성적 소지자 자격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AP(Advanced Placement)성적은, 미국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부여하는 점수다. 비영리기관인 ‘칼리지보드’가 시행하는 AP 시험을 치러 과목당 3점 이상(5점 만점)을 받으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

국내에서는 민족사관고가 AP 18학점을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 내신에 반영하면서 외국어고로 확대됐다. 일부 외고에선 AP 방과후반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AP 공식시험장도 대원외고·한영외고·민사고·한국과학영재학교 등에 개설돼 있다. 때문에 AP 성적반영이 외고나 특목고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06년 연세대, 2008년 고려대가 ‘글로벌 리더전형’과 ‘글로벌 인재전형’에서 각각 AP성적을 반영하면서 AP시험에 대한 관심도 확산됐다. 주로 유학을 준비하는 특목고 학생들이 응시하던 데에서 일반고 학생들까지 특정대학 입시를 위해 대비하게 된 것.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세계선도인재전형이나 국제학부전형 자체가 외국어 구사를 잘하는 학생을 뽑아 공부시키자는 취지”라며 “그러나 AP 성적이 상대적으로 토플 등 공인영어시험 보다 쉽다 보니까 보려는 학생들이 늘어 다른 전형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AP 성적을 반영,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가 변질돼 폐지한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굳이 AP시험을 안 봐도 되는 학생들까지 토플시험보다 쉽다는 이유에서 응시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졌다”고 밝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고려대는 또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적용을 모집정원의 55.6% 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10학년 입시에서 모집정원의 23.5%(88명)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던 데서 이를 2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다. 전체 정원의 55.6%는 2320명이다.

입학사정관제 선발인원이 대폭 확대된 이유는 수시 일반전형(1090명)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정석 입학관리팀장은 “수시 일반전형 서류평가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면서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학생선발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반계 고교로부터 인문·자연 계열 학생 1명씩을 추천받는 ‘학생부우수자전형’은 ‘지역선도인재전형’으로 명칭이 바뀐다. 아울러 계열별로 각 2명씩을 추천받기로 해 고교별 추천 인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게 됐다. 선발인원도 2010학년도 450명에서 550명으로 확대된다.

면접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고려대는 지역선도인재전형의 면접을 전국 6개 거점 지역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학측은 “대학교로 지원자가 방문해 실시하는 면접에서 탈피, 사정관이 지원자가 있는 현장을 방문해 수험생의 편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시·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소폭 조정했다. 수시 모집인원은 2010학년도 58.5%에서 59.3%로 늘어난다. 반면 정시는 2010학년도 41.5%에서 40.7%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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