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국립목포대서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역임 등 주요 보직 역임
‘조선해양산업 전문가’…지역 연계 ‘그린해양산업 글로벌 리딩 대학’ 비전 선포
글로컬대학30 본 지정 선정…전남도립대·국립순천대와의 통합 계획 발표
ITS 대학 복수학위제 운영, 온라인 대학 개설…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 나서
2025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99.93%…천원의 아침밥, 해외 연수 등 학생 복지 힘써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대학은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 과감한 통폐합을 추진하며 지역 소멸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그린해양산업 글로벌 리딩 대학’ 비전을 내세운 국립목포대학교는 지난해 호남권 국립대 최초로 글로컬대학30 본 지정에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남도립대, 국립순천대와의 통합안과 지역 산업과 연계한 구체적인 산학 협력 실행안을 제시하며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끈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성과의 뒷면에는 송하철 총장의 노력이 자리해 있다.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2005년 국립목포대에 처음 발을 디딘 송 총장은 20년간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2년 제9대 총장에 취임했다. 송 총장은 “학생이 학교에 만족하지 못하면 좋은 대학일 수 없다”며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 복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립목포대는 3년 연속 일반 종합 국·공립대 가운데 학생 1인당 연간 장학금 지급액 1위를 달성하는 등 송 총장이 내세운 ‘학생이 행복한 학교’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지난 5일 국립목포대 총장실에서 만난 송 총장은 “간부 교수님들에겐 인기가 없지만 학생들에겐 인기가 꽤 좋다”며 웃음 지으면서도, 학교 비전을 제시할 때는 자신감 있고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해양분야 전문가로서 목포의 지역 산업과 연계한 산학 협력 모델과 함께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이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총장 취임 이후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총장 취임 이후 2년간은 변화하는 대학 환경 속에서 국립목포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간이었다. 그간 글로컬대학30 본지정에 선정되면서 5년간 총 2800여 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을 추진하며 전남 최대 거점국립대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고, 국립순천대와의 통합을 통한 의대 설립 추진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 취임 이후 여러 성과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글로컬대학30 본지정 선정을 들 수 있다. 선정된 주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본지정에 선정된 가장 큰 요인으로 ‘해양특성화 글로벌 명문대’ 비전을 들 수 있다. 무탄소선박, 해상풍력, 에너지ICT 등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해양 특성화 TOP3 대학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전남 서남권의 조선·해양산업 및 나주의 에너지산업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과 글로벌 산업을 연결하는 연구 허브로 성장할 전략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국립목포대는 산학 협력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낸 대학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산업부로부터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와 나주 혁신산단 두 지역에 산학융합지구를 지정받았으며, 전남도와 12개 시군, 100여 개 글로벌 기업·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을 통한 2·4학제 국립대 모델 제시 역시 차별화된 요소였다. 이를 토대로 기능인력부터 연구인력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교육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우리 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협력 체계를 단단히 구축한 점이 선정된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목포와 영암을 중심으로 하는 전남 서남권 산업클러스터는 규모로 볼 때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이다. 조선산업 규모는 전국의 15~20%가량을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고용 인력은 약 2만 2000~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작년 기준 산업 규모는 10조 원으로 성장했다. 조선산업은 특성상 기술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이에 기능인력이 중요하다. 제가 전남대불산학융합원에 있을 때 인력난이 있던 시기에는 1년에 600명 정도 재교육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바 있다. 지금은 그보다 인력 수요가 줄어 1년에 캠퍼스에서 300명 정도 기능인력을 교육해 보내고 있다.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을 추진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전남도에는 기술 인력보다 기능인력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이 존재한다. 2년제 또는 특성화고에서 교육받은 기능인력, 작업자들이 필요하다. 이에 지역 산업 수요에 적절한 인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은 2·4년제 대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 법령 자체가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이 통합하면 4년제 대학으로 전체 통합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에 아무리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러한 상황이면 통합 못한다고 의견을 낸 적 있다. 법령을 개정해 2년제를 유지해 달라고 이야기하니 이주호 부총리께서도 공감을 표했다. 현재 2·4년제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됐고, 국회의원들을 만나 개정 필요성을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법 개정이 추진되면 국립목포대와 전남도립대는 국내 최초 2·4학제가 공존하는 국립대 모델을 선보이게 된다. 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고, 원한다면 국립목포대의 4년제 과정으로 편입해 학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 2026학년도부터는 통합대학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교육부 및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통합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의대 설립을 주축으로 한 국립순천대와의 통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의대 정원 이슈도 존재하는데, 의대 설립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국립순천대와의 통합은 전남 지역의 숙원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하는 방안이다. 다른 광역시도와 비교했을 때 전남에는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대규모 거점국립대와 의과대학이 부재하다. 이에 지역 인재 육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제한받고 있으며 전남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의과대학 역시 부재해 고도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두 대학은 대학통합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상태다. 의대 정원이 배정되면 2026년 3월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의대 정원 배정 문제는 정부 정책과 의료계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 정부 및 의료계와 협의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국회에서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대토론회와 범도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남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역민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에 국립의대 설립 약속 이행을 강하게 촉구하며 전남 지역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전남도, 국립순천대, 지역사회에 협력해 국립 의과대학 정원 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조선해양분야의 산학 협력 전문가로 활동한 이력이 두드러진다.
“지난 20년간 기업체, 조선업체와 대불에 위치한 캠퍼스 쪽에서 근무를 많이 했다. 또 산업부에서 만든 전남대불산학융합원에서 원장을 9년 정도 하면서 기업체와 같이 살다시피 했다.
에너지밸리산업단지캠퍼스와 신해양산업단지캠퍼스 등 캠퍼스도 두 개 만들었는데, 연구센터도 하나씩 만들었다. 해양케이블시험연구센터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곳이다. 해저에서 작업하는 공장팩토리와 통신이라든가 실질적인 모든 테스킹을 할 수 있는 센터는 국립목포대 센터가 유일하다. LNG수소극저온시스템연구센터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LNG 운반선이 전 세계 물량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화물창 기술은 천연가스를 액화시키기 때문에 온도를 영하 162도 이하로 내려야 하는데, 온도를 내려 유지하는 기술을 프랑스 회사에서 갖고 있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기술료로만 한 척에 5% 기술료를 냈다. 한화로 따지면 200억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이것을 국산화시키는 프로젝트를 국내 기업과 함께 20년간 해왔다. 이에 산업부로부터 LNG 국산화 실증센터를 목포대에 지정받기도 했다. 현대, 대우, 삼성 등 국내 상급 기업과 서울대, 인하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 지원 인프라는 국립목포대 이상 가는 곳은 없다고 본다.
이와 함께 건축물 같은 경우 발판이 되는 기자재인 비계 시스템 한국산업표준(KS)도 제가 만들었다. 해양 프로젝트를 할 때 비계를 완전히 구매하려면 2000억 원이 필요한데, 조선 해양용 KS가 없다 보니 수천 억이 드는 일이 반복되자 본교에 있는 연구실에서 최초로 비계 시스템 연구를 해보기로 했다. 대우와 삼성이 참여했고, 양사가 1500억씩 절약했다. 이러한 인연이 이어져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비계 규격 KS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와 전공은 그쪽이 아닌데 참여한 적 있다. 생각해 보면 비계 전공이 어디 있겠는가. 어느 날은 조선소에서 비계 전문 교수가 있다고 하면서 제 이름을 이야기하니까 조선소 소장님들이 배꼽 잡고 웃었다고 한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찬 일이다.”
- 지난해에는 ‘그린해양산업 글로벌 리딩 대학’이란 비전을 앞세우고 SMR선박연구소도 개소했다.
“우리가 아무리 지방대학이지만 선도해 가는 그룹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진 면면을 보더라도 서울 수도권 대학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교수진의 지식도 탄탄하고 연구 역량과 실무 경험도 뛰어나다. 지역대학이지만 특화된 영역에 있어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는 영역을 빨리 확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에 SMR선박연구소를 지난해 7월 개소했다.
SMR선박은 궁극적으로 에너지 문제, 기후협약 문제와 관련 있다. 무탄소선박 시대가 찾아온다면 전 세계에 떠다니는 대형 선박 6만 척의 수명을 20년으로 잡을 때 연간 3000척씩 개조되고 다시 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SMR선박을 대안이 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조선해양산업은 지금이 호황기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 민감하게 동조되는 산업이다. 미래에 대비해 기술 개발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져야 이 시장이 휘청일 때 다른 산업 영역을 찾아 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를 위해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원전 기술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담당해 주고 SMR선박은 목포대가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이 현대, 대우, 삼성만큼 실용화된 기술 연구를 할 순 없지만 우리가 잘하는 분야인 구조 설계, 재료 평가, 차폐 기능은 우리의 인프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러한 것들이 제품화된다고 했을 때 실증하는 테스트 베드도 국립목포대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 SMR선박연구소를 열게 됐다.”
- 우수 연구자와 산업계 인재들이 국립목포대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글로컬대학30 본 지정에 따라 이러한 산학 협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비단 글로컬대학30 사업 때문만이 아니라 LNG의 경우 LNG미래포럼이 존재했고 해상풍력포럼과 해양케이블워크샵 등이 있었다. 글로벌혁신포럼도 1차 년도 마무리하는 행사에 임원급 사장급 분들이 140여 명 오셨다. 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본다. 지역, 산업계와 이야기를 해보면 대학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계속해서 소통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분야별로 단편적으로 했던 모임을 글로벌혁신포럼 아래 △무탄소선박파트 △LNG수소파트 △해상풍력파트 △에너지ICT파트 △지역현황파트 등 워크그룹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토대로 올해 해야 할 일을 작년에 140개 정도 도출했다. 지역협력산업도 70개 정도 나왔다. 대학이 중심이 돼 참여 기관 및 기업들과 역할을 분배하고 서포트는 국립목포대가 하는 형태로 소통해 나가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립목포대만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이 있다면.
“전남의 외국인 인력 비율은 10%를 넘는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인력 가운데 30%는 지역에 남아 정주한다. 인력난을 겪을 때는 우선 많은 외국인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10~20년 후 지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우수한 인력을 데려와 한국 문화를 잘 가르쳐 지역에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인도네시아 ITS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며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양쪽 대학에서 공동으로 글로벌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국내 지역 산업체 취업까지 시키는 사례는 국립목포대가 첫 사례라고 알고 있다. ITS 대학은 인도네시아에 4000개가 넘는 대학 가운데서도 상위 5위 정도에 위치한 대학이다. 학생들은 인도네시아 명문대학에서 3년 교육을 받고 다시 국립목포대에서 1년 교육을 받는다. 해당 교육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한국에 남아 엔지니어로 취업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국립목포대의 조선해양공학 복수학위과정이 ITS 대학이 선정한 ‘국제협력사업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감사패와 인증서도 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해외 온라인 대학도 개설했다. 외국에 있는 학생들은 우리나라 최상급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만큼이나 굉장히 똑똑하다. 공부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데, 우수 인재를 한국에 모셔 오려고 하니 학생들이 한국어가 안 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영어로 교육을 시킬 수 있지만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환경만 보더라도 현지 최고 수준의 조선소보다 환경이 좋다. 그런데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영어가 어려운 문제가 존재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현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위를 온라인 과정으로 개설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온라인 대학에는 130여 명의 학생이 입학했는데, 졸업생들이 나오는 9월에는 수백 명의 신입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대학은 현지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한국학 학위를 현지에서 취득하고, 특히 똑똑한 친구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기술을 가르쳐 정착시키는 시스템이다. 기능인력으로 가는 학생들은 전남도립대의 2년제 학위로 데려오고 엔지니어링을 원하는 학생들은 조금 더 교육해 중소기업으로 취업시키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플랫폼이 완성되면 라오스, 네팔, 몽골 등으로 복수학위와 온라인 교육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최근 국가중심국공립대 총장협의회장으로 선임됐다. 국가중심국공립대학 총장들이 당면한 현안은.
“가장 첫 번째는 재정 문제다. 등록금이 계속 동결되면서 국립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이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재정에 대한 제한을 거는 것 또한 문제다. 한 예로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돈도 부족하지만, 학생 규모는 축소돼도 대학에 요구되는 기능과 행정 업무는 늘어가는데 인건비를 못 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대학 한두 곳이 아예 인건비 편성이 안 된다고 해서 교육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말씀드린 적 있다.
두 번째는 국가거점국립대와 국가중심국공립대학은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거점대는 주로 연구 중심을 표방하는 대학이 많고, 산학 협력과 지역 협력의 관점으로는 국가중심국공립대학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국가중심국공립대학의 경우 우리의 DNA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이나 산업에 밀착돼 있어야 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국가 산업의 성장과 미래 산업 지배력, 기술 지배력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거점대의 역할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역의 관점에서 보자면, 국가중심국공립대의 지역 살리기는 거점대보다 역할이 더욱 강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거점대와 차별화된 지원 방안, 정책 방향성 등이 필요하다.”
- 학생과 지역민이 행복한 ‘서울보다 나은 캠퍼스’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학생들의 복지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내용이 눈에 띈다.
“학생이 학교에 만족하지 못하면 좋은 대학일 수 없다. 처음 국립목포대에 취임할 당시에도 간부들에게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좋은 대학이 되려면 다른 것을 다 제쳐놓고 학생들 기본 생활부터 좋아져야 한다.
사실 학생들하고 노는 게 가장 재밌고, 학생들이 가는 곳은 아무리 바빠도 가려고 한다. 학생회 연수를 한다고 하면 1시간을 가더라도 이야기 듣고 불편한 것을 해소해 주려고 노력한다. 지난번 나주에 갔을 때 어떤 학생이 조교 선생님 컴퓨터가 망가졌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바로 바꿔드리겠다고 전했는데, 다음날 그 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다음 날 아침에 바꿔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구했나 담당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마침 구입한 컴퓨터를 먼저 드리고 필요한 컴퓨터는 이후에 구매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비스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학생들을 위한 융복합 디지털 도서관도 새롭게 열었고, ‘천원의 아침밥’은 프리미엄 조식 뷔페식으로 운영해 지난해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학생회장에게도 예산을 무제한으로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학생회 간부들에게는 숙제를 하나 내준다. 예산을 어떻게 아껴서 썼는지 레포트만 하나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것이다. 돈을 규모 있게 쓰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본다. 국립목포대의 입시나 취업 관련 지표들이 많이 좋아지는 것도 보람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제일 보람된 일이다. 자랑을 하나 하자면 우리 학생들은 별로 요구하는 것이 없고, 요구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총장이 우리가 해달라는 것을 즉각 바로 해주니까 굳이 돈 달라고 할 데도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 학생 복지 차원에서 실시하는 글로벌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은 아직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지 않은 시기였다. IMF 시절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자동차 여행을 하며 많은 걸 느꼈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어떤 것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20년 전 이 대학에 처음 왔을 때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는 해외 자율연수 프로그램을 시도한 적 있다. 대학원생들이 들어오면 1~2학년 학생들에게 미션을 줬는데, 비행기표 값과 1인당 100만 원을 사비로 지원해 줄테니 어느 공항이든 내려서 차를 빌려 숙소를 예약하고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찍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첫 회를 거쳐 다음 기수가 될수록 학생들의 지식이 점점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시애틀로 들어간다. 별로 구경거리가 없으니 그 다음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LA 공항에 내린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면서 방식이 점점 진화한다. 그때 당시 자율 연수를 갔던 학생들이 지금은 마흔이 넘었는데 ‘힘들 때면 그때 옐로스톤에서 반짝이던 별빛을 떠올리며 제가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학생은 독일과 프랑스에 있는 유명 연구소에 가서 일주일간 인턴십을 하고 오겠다고 해 놀란 적 있다. 재작년에 예쁜 사진, 동영상 컨테스트를 열어 제일 잘하는 팀은 한 번 더 보내준다고 하니 학생들이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어 왔다. 연수를 다녀오면 학생들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작년에는 해외 연수를 300~400명가량 보냈는데, 올해부터는 원하는 학생들 다 보내주려고 한다.”
- 전남도립대와의 통합 국립대 출범, 국립순천대와의 통합을 토대로 한 의대 신입생 입학 등이 예정된 2026년이 국립목포대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임기 동안 앞으로의 계획은.
“임기 후반부는 국립목포대가 해양특성화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글로컬대학30, 라이즈(RISE), 국립대 육성사업 등으로 확보한 4000여 억원의 재정을 바탕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연구를 선도하며 지역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기업 육성 기반을 구축할 전망이다.
또한 학생 복지 강화에도 힘쓰며 연간 100억 원 수준이던 복지 지원을 200억 원 규모로 확대해 무엇보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전남도립대와의 통합 국립대 출범, 국립순천대와의 통합을 통한 전남 국립 통합 의과대학 신설을 통해 전남권 최대의 거점 국립대학으로 국립목포대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남은 임기 동안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해 지역을 넘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송하철 총장은…
서울대에서 조선해양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취득했다. 2005년 국립목포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재직을 시작으로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등을 역임한 뒤 2022년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3년부터 9년간 전남대불산학융합원 원장을 지냈으며, 한국연구재단 국립대학육성사업 관리위원회 이사, 전라남도 과학기술 발전위원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중심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제26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김소현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