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문 연세대 법무팀장
봄을 맞은 캠퍼스는 어수선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학위수여식과 퇴임식 등을 통해 정든 교정을 떠나는 이들이 많기에 아쉽고 서운한 맘이 가득하지만 인생 제2막을 여는 새내기 학생들로 캠퍼스는 금세 활기를 찾는다. 항상 이맘때면 퇴직하는 분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와 소회를 듣게 되는데 삶의 대부분을 캠퍼스에서 보낸 인생 선배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성찰하게 한다. 주변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대한 반성 혹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누려도 인생의 종착역은 누구에게나 다 같음을 느끼게 된다. 영원하지 않은 삶이기에 그래서 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자는 인생 좌우명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세상엔 참 똑똑하고 다재다능한 이들이 많다. 하루에도 다양한 이들과 접하게 되는데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다’라는 말처럼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분들을 보게 되면 소위 ‘현타’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화술에 능한 이도 있고 계산에 능한 사람도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의 지식이 방대한 사람도 있고 정보통신 분야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이들도 있다. 사람마다 주어진 달란트(talent)가 달라서 세상은 불공평할 수 있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의지는 전적으로 개인 본인에게 달려 있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결코 바뀌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미충원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에 있는 대학들의 고충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학 간 통폐합 등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으나 이제는 RISE와 글로컬 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지역거점대학들이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다가는 대학이 총체적 위기에 처할 것이란 위기 의식이 학교 구성원에게 전달된 것이리라. 대학에서 일하는 우리도 각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고 본인에게 주어진 근무 환경이나 여건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과를 내는 것은 결국 본인의 하기 나름이며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쉽고 편한 방법으로 돈 버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본질적으로 일하는 것이 달가울 사람은 없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임하는 이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받고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반대로 일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 요령을 피우고 대충 하려는 이들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쉽다. 그 후에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그전에 생긴 선입견을 회복하기는 무척 어렵게 된다. 조직 생활에서 항상 견지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중요하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상대방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동료애가 필요하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하고 내가 조금만 도와주었으면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팀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게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과업이 생겼을 때 그 누구도 선뜻 맡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때 우리 함께 해보자는 공감대가 있다면 그 조직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우리는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갈구한다. 일찍 퇴근하고 자기계발도 하며 친구와 혹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을 원한다. 하지만 오래된 개그에서처럼 소는 누가 키울 것인지에 대한 역할 정리가 되지 않으면 저녁은 있되 저녁 식탁은 초라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면 ‘나 혼자 산다’가 아닌 ‘우리가 함께 산다’라는 것이 중요하며 선배, 후배,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하고 있는 대학의 위기도 구성원들이 한 데 뜻을 모아 대처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도태되지 않도록 이제 대학도 변해야 한다. 시(詩) 「 별 헤는 밤」의 시구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봄을 맞아 그렇게 파란 잔디가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