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사립대학 적립금은 사립대학 비리의 대명사처럼 회자된 지 오래다. 등록금 책정이 자율화 된 이후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을 과도하게 인상한 후 남는 재원을 적립함으로써 적립금이 등록금 인상의 주범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적립금 관련 법령의 변화를 살펴보면, 적립금 규정은 1963년 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처음 등장하며, 1966년 제정된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서는 지출항목에 나타난다. 1981년에 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은 공사나 제조 기타 특별한 사업을 위해 2회계연도 이상에 걸쳐서 그 재원을 조달할 필요가 있을 때 특정목적 사업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구체화했고, 1987년 개정에서 적립금의 종류를 특별사업적립금·결손보전적립금·임의적립금 및 퇴직급여적립금으로 세분화하고, 적립금을 적립예금으로 예치·관리하도록 규정했다. 1996년 개정에서는 적립금의 종류를 ‘연구적립금·건축적립금·장학적립금 및 퇴직적립금’으로 개편하고, 적립금을 기금으로 예치·관리하도록 했다. 2009년말 개정에서는 기타적립금이 추가됐고, 그 해 감가상각비 상당액은 그 해 건축적립금에 적립할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2011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등록금회계에서는 해당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교육시설의 신축·증축 및 개수·보수 목적으로 적립하는 경우에 한해 적립하도록 했고, 2016년 개정에서는 기타적립금이 특정목적적립금으로 바뀌었고, 2024년 개정에서는 대학이 적립금별 적립 규모 및 사용내역을 공시하고, 교육부가 실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적립금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강화돼왔지만 적립금은 「사립학교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제도로 장학, 연구, 건축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조성된 재원이며, 불요불급한 재원도, 불법적 재원도, 등록금을 대체하는 재원도, 설립자가 맘대로 쓸 수 있는 재원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매년 대학정보공시 결과가 발표되면, 적립금이 늘 논란의 중심에 등장한다. 적립금이 늘어난 것을 보면 사립대 재정이 어렵다는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고, 등록금 인상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적립금이 늘어나는 것은 결산상 잉여금 때문만이 아니라, 각종 적립금의 운용 수익이 발생했거나, 일부 사립대학이 대규모 기본재산을 매각했거나, 기부금 유치로 특정목적기금이 늘었을 경우 등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등록금을 많이 받은 후 남겨서 적립한 것처럼 비난한다. 

2023년 결산 기준으로, 사립대학의 유형고정자산 감가상각비는 1조 2774억원이나, 건축기금 적립 규모는 4517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사립대학 기본금이 8527억원이나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립금은 일반 기업의 자본금에 해당하는 사립대학 기본금이다. 자본잠식 기업을 부실기업이라고 하듯이, 적립금이 없거나 적으면 매년 자산가치가 감소하는 부실 사립대학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사립대학들이 매년 적어도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적립금 규모만이 아니라 감가상각비 상당액 미적립 규모를 공시해 이러한 오해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적립금은 사립대학에만 적용되는 제도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2021년부터 국립대학법인도 적립금을 적립할 수 있으며(서울대 719억 원, 인천대 35억 원 적립, 2023년 기준), 국립대학은 발전기금회계(세입 7437억 원, 차기이월금 5463억 원, 2023년 기준)가 적립금 기능을 하고 있다. 국립대법인 적립금과 국립대 발전기금 모두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누구도 국고지원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사립은 물론 국공립도 미래를 위해,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적립금 적립이 필요하며, 영세한 학교법인을 둔 사립대학은 특히 적립금이 필수적이다. 예금하지 않고 탈탈 털어쓰는 개인이나 가계를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듯이, 적립금이 아예 없거나 적은 대학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선택적 재원이 아니라 필수적 재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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