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 혁명이 이끄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산업구조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고, 먹고, 일하고, 휴식하며 살아가는 방식, 학습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 혁명으로 인해 현재의 대학 재학생들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하거나 현재 존재하는 직업에서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생활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AI 로봇과 함께 살아가고 인간이 해오던 많은 일들을 AI 로봇이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과연 오늘의 대학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오늘의 학생을 어제의 방식으로 가르침으로써 학생의 내일을 빼앗을 염려는 없는가?
이미 지식 전달 교육의 상당 부분은 교수보다 생성형 AI가 더 빠르게 더 잘 가르쳐주는 상황이 도래했다. 아직 전문적인 전공지식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생성형 AI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것이 많다. 그러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은 전문적인 전공 영역에서도 곧 교수를 능가할 것이다.
AI 혁명 시대의 대학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미래 사회에서 올바르게 사고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곳이 돼야 한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운 능력, 즉 창의적 사고, 인성, 소통 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인간이 가진 창의성,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력은 쉽게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은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대학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에 역점을 둬야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한 답을 제시해 주지만 그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AI를 적극 활용하되 AI가 제시해 준 대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문제 해결에 올바르게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오늘의 학생들이 내일의 AI 시대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학생들이 AI가 제공해 주는 내용을 비판적·창의적으로 사고하며, AI에 예속되지 않고 올바르게 활용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단순히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은 단순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 기반 학습, 문제 해결 중심 교육,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는 융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AI의 대답을 맹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답이 정확한 것인지, 틀린 부분은 무엇인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수정해 활용할 것인지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둘째, 소통 능력과 협업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AI 시대는 초지능 사회, 초연결 사회, 초개인화 사회로 특징된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는 협업과 네트워킹이 중요해지고, 사람 간의 소통, 사람과 AI와의 소통과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미래 사회에서 현재의 학생들이 슬기롭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팀 프로젝트, 문제 해결 중심 학습 기회를 늘려주는 방향으로 강의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쌓을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셋째, 윤리적 사고와 인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AI 기술의 발전이 윤리적 고민을 불러오는 시대를 맞아 대학은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AI 윤리,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기술을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해지며, 기술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사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긍정’, ‘최선’, ‘성찰’의 태도를 습관화하는 인성교육을 강화해 AI 시대에 인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지 않고 흔들림 없이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AI 시대에 필요한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언제든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평생학습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OECD가 2022년을 기준으로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는 읽기, 수학, 과학 분야 모두 조사 대상국 중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OECD가 2023년을 기준으로 평가한 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 수리능력, 적응적 문제 해결 능력은 주요 선진국 중 하위권이었으며, 2012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더구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국민의 역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국민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성인의 역량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나라 국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미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대학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의 반감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워줄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혁신하고, 국민의 평생학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과 개인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인식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학도 기존의 교육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혁신적인 교육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학생들의 내일을 빼앗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의 교육을 바꿔야 한다. AI 시대의 대학 교육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