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우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인하공업전문대학 기획처장)
급변하는 시대, ‘직업’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어떤 일을 하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그 일을 준비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는 교육의 본질까지도 바꾸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직업교육의 패러다임 역시 재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이에 발맞추고 있다. 미국은 1984년, ‘칼 D. 퍼킨스 법(Carl D. Perkins Vocational and Technical Education Act)’을 통해 직업 및 기술 교육에 연방 차원의 지원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21세기를 위한 경력 및 기술 교육 강화법’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 영국은 2022년 ‘기술 및 이후 16세 이후 교육법(Skills and Post-16 Education Act 2022)’을 제정해, 지역 산업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 고용주 참여 확대, 평생학습 기회 보장을 명문화했다.
독일은 1969년 ‘직업훈련법(Vocational Training Act, BBiG)’을 통해 세계적인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의 토대를 마련했고, 중국은 1996년 ‘직업교육법(Vocational Education Law)’을 제정하고, 직업교육의 정의와 국가적 중요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직업교육법을 전면 개정했다. 일본은 전후 직업기술교육 진흥을 위해 일찍이 1951년에 관련 직업교육진흥법(Vocational Education Promotion Law)을 마련했으며, 대만 역시 2015년 ‘기술ㆍ직업교육법’을 통해 공공성과 국가적 책무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현재의 직업교육 관련 법령들은 고등교육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평생교육법,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등 여러 법에 흩어져 있어,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직업교육법(가칭)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직업교육 전반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 법체계가 없다면, 직업교육은 여전히 ‘차선의 선택’‘비주류 교육’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직업계고나 전문대를 아직도 ‘성적에 맞춰 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현실은, 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둘째, 직업교육은 더 이상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술과 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선, 누구나 일생에 걸쳐 직업 역량을 갱신해야 한다. 전 생애를 아우르는 ‘평생직업교육 체계’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 번의 교육으로 평생을 살아가던 시대는 지나갔고, 지금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고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직업교육법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직업교육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다양한 교육기관 간 역할을 정리하며 산업 현장과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를 분명히 하고, 교육과정은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자격 체계와 긴밀히 연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교육의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학습자의 권리를 보장하며,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 구조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기업이 교육의 동반자가 되어 현장 실습, 교육 커리큘럼 개발, 재직자 훈련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교육기관은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얻는 가장 빠른 길은, 교육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데 있다.
직업교육법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 이것은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시대의 요청이다. 또한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국가의 인재전략을 재설계하고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일이다. 청년의 미래, 국민의 평생역량, 산업의 활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첫걸음, 직업교육법 제정이 그 출발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실천해야 할 시간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