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요즘 인기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나 주거 공간을 가보면 공통적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넘어, 내가 자연 속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조경이 잘 돼 있는 곳이 많다. 빼곡하게 높은 건물들보다는 자연의 푸르름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싶다. 단순히 느낌만 그런 것은 아니다. 건축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 따르면 연면적 2000m² 이상 건축물은 대지면적 15% 이상을 조경 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아파트는 20% 안팎의 대지를 조경에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조경률을 40~50%로 올리고 있는 아파트들이 많다.

건설업계에서 ‘조경을 키우면 아파트 가치도 큰다’라는 공식이 뜨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가 과거에는 학군과 교통이었다면 이제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년 미래주택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 1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쾌적한 주거환경(3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단지 내에서 영위하는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조경이 아파트 브랜드만큼이나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례로 서울 재개발 사업 한남 2구역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조경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양사 모두 조경의 본사 직영 하자보수 기간을 10년으로 잡았으며, 조경 설계 업체로는 디즈니월드 조경 설계에 참여한 미국 1윈 조경 설계사인 SWA와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가 이끄는 STOSS의 손을 잡으며 명품 조경을 약속하기도 했다.

부동산 분석업체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호수 공원 등 수변시설을 끼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평균 시세가 주변 단지보다 35%가량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에 대한 해소 방안으로 공원 녹지 등 도시 조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무더운 여름 날씨에는 조경만으로도 2도 정도의 온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조경 사업으로 약 40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발주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 소개할 미래 유망직업은 바로 ‘조경기술자’다. 조경기술자는 디자인과 환경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원, 가로, 공원 등을 지형과 용도에 맞게 계획하고 설계하며, 조경 공사를 관리·감독하고 조경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일을 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살아갈 공간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사람들이 쾌적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생활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관련 학과로는 조경학과와 조경과가 있으며, 주요 교과목으로는 자연이 가지고 있는 본래 가치·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획 과정을 배우는 조경계획, 공간 환경의 개념, 영역 접근 방법 등을 이해하는 공간환경학개론, 소묘 기법과 조형을 조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경스케치 연습, 각종 식물·재료의 특성과 사용법을 이해하는 조경재료 등을 배운다.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다양한 자격증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는 것이 가능하다. 도심 속 자연을 디자인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국가기술자격증으로 조경기사와 조경기술사에 도전할 수 있고, 도시계획과 지역발전 전략수립에 관심이 있다면 도시계획기사와 도시계획기술사 또한 응시가 가능하다. 또한 생물·지형·식생 조사 같은 자연을 다루는 일이 좋다면 자연생태복원기사와 자연생태복원기능사를 준비할 수도 있다.

한국조경헌장에 따르면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해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며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만큼 멋진 일을 하는 직업이 또 있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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