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구비 중단 압박… 미국 명문 대학 때리기 이번이 일곱 번째
하버드대, “정부 간섭은 헌법 위반… 독립성·자율성 위해 강력 반대”
같은 날 컬럼비아대도 “독립성 놓고 타협 없다”… 정면 대응 예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하버드대 공식 X 계정에 “어떤 정부도—어느 정당이 집권하든—사립 대학이 무엇을 가르칠지,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할지, 어떤 연구 분야를 추구할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하버드대 공식 X 계정)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하버드대 공식 X 계정에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정부가 사립대학에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할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하버드대 공식 X 계정)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대한 적극 대응과 다양성 프로그램 해체 등을 요구한 가운데, 하버드대는 “정부 간섭은 학문적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이를 공식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을 무기로 미국 대학들의 진보적 색채를 지우려는 시도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첫 공개 저항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반이스라엘 학생단체 인가 취소 △학문 프로그램의 다양성 감사 △2023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발생한 반이스라엘 시위 관련 학생 징계 △국제학생 입학 절차 개편 및 연방기관 보고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 법률대리인단은 연방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대학은 자율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의 권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버드나 다른 어떤 대학도 연방 정부의 통제를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도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정부가 사립대학에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할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하버드대는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버 총장의 입장이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22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6천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은 고등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무분별한 반유대주의를 종식시키고, 하버드가 위험한 인종차별이나 인종적 폭력을 지지하는 데 연방 납세자의 돈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버드나 연방 민권법(Title VI)을 위반하는 기관은 법적으로 연방 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약 530억 달러(약 75조6000억원)의 기부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과학·의학 분야 등 주요 연구는 연방 자금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연구에 미칠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하버드대의 이번 반발가 다른  명문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럼비아대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중단 압박에 중동학과 외부감시 허용, 체포권을 지닌 보안 조직 창설 등 일부 요구를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날 클레어 시프먼 총장 대행은 구성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방 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성 개혁 요구는 미국 명문대들에 정치적 의제를 강제하려는 일곱 번째 시도로, 이 중 여섯 곳은 아이비리그 대학(브라운대,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리스턴대, 코넬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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