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한국대학홍보협의회장(동의대학교 대외협력팀장)

김남수 한국대학홍보협의회장(동의대학교 대외협력팀장)
김남수 한국대학홍보협의회장(동의대학교 대외협력팀장)

난독증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활자화 된 글이 잘 안 읽어진다. 긴 호흡의 영상은 10초, 아니 3초도 못 넘기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간다. 장문의 뉴스 기사는 스크롤 중간에 다른 기사로 클릭해서 넘기고 있다. 신문기사도 제목과 부제만 보다가 지면을 넘기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 잡지를 읽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화면에는 짧은 영상이 재생되고, 검지 손가락은 연신 핸드폰 액정 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짧고, 간결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주로 보다 보니 알고리즘은 계속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이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아득한 옛일이 된 듯하다. 혹자는 문해력 저하, 집중력 저하, 인내력 저하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대학 홍보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이제 강렬한 한 줄과 한 장면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대학의 SNS 게시물이나 홍보영상도 이제 숏폼 위주로 제작되고 있다. 필자가 홍보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고려하는 오랜 습관 중의 하나가 ‘새롭고,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인가?’를 생각해보고 분석하는 것이다.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의 저서 ‘스틱!’에서 제시하고 있는 스틱메시지 6가지 요소(SUCCES)를 항상 기억하고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SUCCES는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의 영문 첫자들을 따왔다. 성공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지침서 같다.

‘스틱!’과 별도로 다산북스에서 최근에 나온 ‘스토리혁명 – 숏폼 시대의 소비자를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코드9’도 참고하고 있다. 직장 동료로 만나서 업계 동료로 지내온 현유석 MBC 콘텐츠전략 PD와 정종찬 시작 컴퍼니 제작 PD, 정다솔 SBS 드라마 마케터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스토리텔링 공식을 분석했다. ‘스토리혁명’에 따르면 기승전결은 버려지고, 이야기는 위기와 극복이 반복되는 빠르고 즉각적인 전개 방식을 취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9가지 코드는 다음과 같다. △기승전결을 버려라 △세련되지 마라 △속도감을 버려라 △대중적이지 마라 △아끼지 마라 △새롭지 마라 △설명하지 마라 △리얼하지 마라 △평화롭지 마라.

상기 두 책은 단순성과 감성적인 부분에는 유사점이 있지만 ‘스틱!’은 의외성을 중시한다면, ‘스토리혁명’은 예측가능성(스포일러)과 친밀함을 중시하는 면이 있다. “기존 상품들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발명의 대표적인 방법론 중의 하나다. 아는 맛과 아는 맛을 더할 때 더 맛있는 스토리가 탄생한다. 하나의 이야기에 여러 재미 요소가 담겨 있으면 시너지를 일으키며 스토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저자 현유석 PD의 말처럼 항상 새로운 접근법이 스토리텔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 때 효과적인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장황한 서술보다 광고 카피처럼 강렬한 한 문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부산의 3대 바보 중 하나는 동의대를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이다. 동의대는 순환버스가 있다”처럼 상상하게 만들고, 사람의 머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 홍보콘텐츠를 제작할 때나 강의 자료 작성 시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대학홍보협의회는 대학의 홍보 업무 발전과 대학 경쟁력 제고, 홍보 담당자 간 정보공유 및 연대 강화를 목적으로 1997년 7월 11일 출범한 단체다. 6개의 지역협의회를 두고 있으며, 춘계와 추계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오는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에서 대학 홍보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춘계세미나를 개최한다. 현유석 PD와 김민정 에이아이토니아 대표, 김치용 동의대 게임공학과 교수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의 강의가 준비돼 있다. 대학 홍보와 입학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열띤 토론과 정보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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