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계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장(조선이공대학교 총장)
“교육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세상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넬슨 만델라의 이 말을 요즘처럼 실감하는 때가 있을까. 고등직업교육 분야에서 한국의 전문대학들이 가진 ‘무기’는 세계가 탐내는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 콘텐츠다. 특히 전문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전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이제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들’을 초대할 때 글로벌 무대 위에 진짜 ‘한국형 직업교육’ 모델을 선보일 수 있는 시기를 지내고 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이 마치 이런 격이다. “제법 훌륭한 밥상을 차려 놨는데, 손님이 길을 몰라 못 오는 격” 좋은 교육이 있어도, 그걸 전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우리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이하 해인협)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직업기술 유학’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안내하고, 머무를 이유를 만들고, 미래를 그릴 기회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해인협의 전문대학 유학 로드맵 키워드는 ‘정주형 유학’과 ‘직업기술 유학’이다. 지난해까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학박람회를 성황리에 개최했고, 올해는 중국 길림성에서 아주 중요한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14억 인구, 방대한 내수 시장, 수많은 지역 인재풀을 가진 중국은 단일 국가로는 한국 유학시장의 ‘가장 큰 기회의 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중국 청년층의 취업난은 도시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가 중단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대학 졸업생 수는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과잉된 학위 중심 교육 속에서 실질적인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중국의 현실은 많은 청년들에게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론 중심 교육보다 실용성과 직결된 ‘직업기술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나라가 바로 현재의 중국이다. 한국의 전문대학이 제공하는 현장 실무형 교육과정, 산업 밀착형 취업 연계 시스템은 중국 청년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길림성은 조선족 인구가 많고, 한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관심이 깊은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단순한 성과 하나를 넘어서, 중국 전역을 향한 유학 네트워크의 교두보를 만든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길림성에서 성공하면 동북삼성으로, 다시 전국으로 확산되는 ‘도미노 효과’가 가능해진다는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올해 길림성 박람회는 단순한 홍보 이벤트가 아니라 미래 인재를 만나는 전초전이자, 국가 전략과 연결되는 고등직업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한국 전문기술 유학을 ‘선택지’가 아니라 ‘선망’으로 만드는 첫걸음으로 만들고 싶다. 따라서 올해 유학박람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것은 단지 디지털을 활용한 방식이 아니라, 유학생의 눈높이에서, “직업교육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싶은 당신을 한국 전문대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는 정주형 서비스의 실현일 것이다.
이제 유학생 유치는 더 이상 개별 대학의 경쟁 과제가 아니다. 지역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야 할 ‘공동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수도권 전문대학은 지역 맞춤형 직업인재를 양성하며, 유학생 유치와 정주가 지역 산업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에 해인협은 RISE(라이즈) 체계과 연계해, 지역별 산업 수요에 맞춘 외국인 인재 유치 전략을 함께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양보호사 직종이 지난해 7월 E-7 비자에 포함되었고, 올 1월에는 첫 외국인 요양보호사 비자도 발급되기도 했다. 해인협은 정책의 변화를 주도하며 이러한 정책 변화들이 ‘뉴스’로 소비되기 전에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그 인재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지역특화비자, 광역비자 등 비자제도도 유연하게 활용해야함은 당연하다. 특히 직업교육-취업-정착로 이어지는 통합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은 전문대학만이 가진 고유한 강점이다. 해인협은 교육부, 법무부,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이러한 제도들을 ‘교육과 고용을 연결하는 가교’로 활용하는 선도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는 유학생을 단순히 등록금 수입의 수단으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그들은 한국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지역 곳곳에 정주하거나, 아니더라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한국 기업과 협력하는 파트너, 혹은 다시 한국을 찾는 전문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한국 유학생 수는 20만 9000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비수도권 유학생 수는 9만 명대에 진입했다. 교육부는 ‘Study Korea 300K Project’를 통해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실천해 가고 있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을 위한 교육의 질, 진로 연계성, 정주 여건, 문화 이해, 언어 지원 등 전방위적 케어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전문대학’이며, 직업교육은 그 연결의 핵심 축이다.
해인협은 ‘직업교육+한국정착+산업연계’라는 통합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다. 이 로드맵은 단순한 교육과정 제안이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배우고, 머물고, 일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입체적 전략이다. 해인협은 외국인 유학생이 단지 ‘유학 후 귀국’이 아니라, 한국의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기반으로 한 정착 지원과 산업 연계를 촘촘하게 설계하고 있다. 경계 없는 현대 시대의 유학은 학문이 아니라 삶과 직결된 진로 선택지다.
우리는 지금, 교육을 수출하고, 사람을 연결하며, 문화를 전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수’를 세는 시대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한국을 기억하고 돌아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아이는 다른 별에서 온 여행자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교육이다.”라는 말처럼, 외국인 유학생도 우리에게 온 ‘별에서 온 손님’이다. 그들을 반기고, 머물게 하고, 든든한 기술과 함께 웃게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으로 세계와 나누는 진짜 가치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