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봉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

최규봉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
최규봉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

5월은 가정의 달이자,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및 스승의 날 등 우리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분들을 기리는 날이 연이어 있다. 하지만 교육의 근본을 세운 사립대학 설립자들은 정작 스승으로서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사립대학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설립자들은 대학을 세우며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스승의 날에도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며,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 속에 가려져 있다. 이제는 이들을 교육자로서 재조명하고, 사회적으로 존경하는 분위기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더우드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 이용익 고려대 설립자, 메리 스크랜튼 이화여대 설립자 같은 선구자들은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철학을 가진 교육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왜 이들을 ‘스승’으로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일부 대학에서 발생한 비리와 불투명한 운영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대학 법인이 교육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하며 사유화 논란을 일으킨 사례 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몇몇 부정적인 사례 때문에 모든 사립대학 설립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교육에 헌신한 설립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한편, 그동안 사립대학을 운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해외는 대학 설립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사회적으로 정착화돼 있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등 세계적 명문대는 모두 개인의 기부와 설립자 정신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금도 스승이자 사회적 공헌자로 존중받고 있다.

국내에도 사립대학을 통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킨 인물들이 많다. 유상근 명지대 박사, 유석창 건국대 박사와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등은 평생을 교육에 헌신했고,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전문대학 분야에서도 그 공로는 너무나 크다. 한국영상대는 방송·영상분야에 특화된 실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구보건대와 인하공전도 지역사회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들 뒤에는 설립자의 철학과 비전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사립대학 설립자는 한국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해 왔으며, 이들의 교육 철학과 비전이 사회적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존경받는 사립대 설립자들이 많이 있지만, 단순히 사립대학 설립자를 ‘스승’으로 칭송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립자들이 진정한 교육자로 존경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사립대학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 재정 운영을 공개하고, 등록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비리가 발생한 사립대학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모범적인 대학에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기부 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 일본처럼 졸업생과 기업이 대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하며, 설립자의 교육 철학을 계승하는 장학금과 기부금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립대학 설립자 기념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공로가 큰 사립대학 설립자들을 사회적으로 기념하고, 교육자적 업적을 알리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교육 철학을 계승하는 박물관·기념관을 조성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사립대학 설립자들은 단순한 학교 경영자가 아니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했고,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교육자들이다. 이제는 그들을 참스승으로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존경하는 분위기를 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설립자들의 교육 철학을 재조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5월, 스승의 달을 맞아 그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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