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요즈음과 과거의 대학 시절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는 ‘자유’가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면서 정치적으로 더 큰 자유가 보장됐고, 경제 성장이 선택의 자유를 대폭 넓혀 줬다. 지금처럼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가고, 기술 혁명이 가속화될 때는 선택의 폭이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하지만 학업에 바쁜 대학 시절에 이런 선택의 자유가 넓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공간에 갇혀 미래와 세계를 잊고 사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 밖의 세계를 경험하고 시야를 넓혀 자신의 미래를 세계 속에 선택할 수 있을까? 

해외 봉사는 자신의 공간에서 벗어나 지구촌을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다. 최근 정부의 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는 대학생 대상의 다양한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에는 1~2년 장기 해외 봉사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더 짧게 다녀올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그중에서도 KOICA 청년중기봉사단은 한 학기 단위라 인기가 많다. 봉사 분야도 환경, 사회, 거버넌스, 장애, IT 등 다양하므로 특기와 적성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이 중에서 거버넌스 분야는 지구촌나눔운동이 맡고 있다. 

거버넌스 청년중기봉사단은 온라인으로 1개월, 개발도상국에 나가서 4개월을 활동하는 방식이다. 거버넌스란 ‘과거 일방적인 정부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NGO)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식’(위키백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과 현지 청년들이 활동의 기획부터 진행, 평가까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이 전 과정의 거버넌스를 직접 체험하면서 시민의식을 높이고 지역사회 발전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현지에 적합한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티모르, 캄보디아, 피지, 르완다 모두 개발도상국이지만 각 나라와 지역마다 당면한 문제가 다르다. 이에 대해 양국 청년들이 논의하면서 무슨 활동을 할지 기획한다.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수시로 평가를 통해 활동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현지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파악함으로써 현지에 적합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동일한 자원을 투입하지만 일방적인 봉사활동에 비해 효과적이고 현지 만족도도 높다. 

둘째로 이 프로그램은 양국 청년들의 내적 성장에 기여한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현지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상호협력을 통해 풀어나감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뤄나가는 과정은 강의실에서는 쉽게 체득할 수 없는 경험이다. 문화적 관습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소통과 설득을 통해 타문화 이해력과 적응력을 높인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끌어모으는 동안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운다.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성취감을 통해 자부심을 얻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문화적 겸손함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진정한 세계 시민의 핵심 자질이 된다. 

셋째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 국경을 넘어선 봉사활동 경험은 참가자의 시야를 지구촌으로 넓혀 준다. 보건의료, 교육, 농업, 환경 등 자신의 관심 분야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구촌 이웃의 생명을 구하고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이처럼 시야를 넓히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은 양국 청년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계 시민이다. 지금 세계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빈곤과 불평등, 기후변화, 분쟁과 자연재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등 개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세계 시민은 단순히 국제적 감각을 갖춘 사람이 아닌,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이런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해외 봉사활동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를 직접 풀어내는 경험을 하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미래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국제개발분야 국제기구와 NGO, 기업의 ESG나 사회공헌 분야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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