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가중심 국공립대 프레지던트 서밋』이 5월 21~22일 국회의원회관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서밋은 국가중심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가 주도하고 글로컬대학추진단, 국회 좋은정책포럼, 한국대학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정책 공론장이다. 국가의 지식기반과 지역의 미래를 동시에 논의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고등교육이 더 이상 발전의 촉매가 아닌, 재정위기와 행정통제로 인한 구조적 피로의 상징이 되어가는 지금, 국가중심 국공립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등록금 동결 16년, 사업 단위별 지정예산의 만성화, 정책 일관성의 결핍은 국공립대학을 사실상 정책 수용 기관으로 전락시켰다. 이번 서밋의 문제 제기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의 무기력’에 대한 정면 비판이자, 고등교육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적 경고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외쳤고, 김문수 후보는 RISE 확장과 서울대-지방대 공동학위제를 강조했다. 두 후보 모두 지역국립대 육성을 말하지만, 그 방식과 깊이는 다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이름’이 아니라 대학의 ‘기능’이다. 서울대라는 이름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수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가 대학을 통합하거나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 지역과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진짜 정책이다.

총장단은 이번 서밋에서 총액지원(block grant) 체계로의 전환을 다시 촉구한다. 기재부 주도의 항목별 통제는 대학의 전략수립과 인력운영, 연구 투자까지 제약하고 있다. 자율 없이 책무를 말할 수 없고, 총액 없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학이 스스로 쓰고 책임지는 재정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고등교육 정상화의 첫 단추다.

또한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국립대학기구’ 모델은 우리에게 실질적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후대와 나고야대가 통합되어 만든 ‘동해국립대학기구’는 법인 단위의 효율화를 꾀하면서도 대학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법인-다대학 병립형 구조는, 한국형 연합대학 논의가 ‘정치적 저항’을 넘어 ‘정책적 실효성’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립대학은 교육의 장이자, 복지의 전선이고, 산업과 기술, 문화가 교차하는 복합적 플랫폼이다. 더 이상 교수-학생의 이원구조에 머무르지 않는다. 고령사회, 다문화사회, 지역소멸, 에너지 위기,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모든 해법이 대학의 공공성과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은 여전히 사립대 구조조정과 수도권 편중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국립대학을 국가경쟁력의 마지막 보루로 바라봐야 한다. 교육을 비용으로 보느냐, 투자로 보느냐는 단순한 수사구조가 아니라, 국가의 철학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이번 프레지던트 서밋은 단지 총장들의 모임이 아니라, 교육을 둘러싼 국가 전략의 공개적 리트머스 시험지다. 정부는 여기서 제기된 문제를 정책과 예산으로 응답해야 하며, 국회는 제도 개혁의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대학을 위한 공론을 지지하고, 대학은 이제 교육을 넘어 사회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대학이 묻는다. 대선은 답할 수 있는가?

대학은 지금 단순히 ‘살아남는 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제안해야 한다. 국립대학은 그 공동체적 상상력의 출발선에 있다. 이제 고등교육은 중앙정부의 예속된 하위체계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를 이어주는 전략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 국립대학이야말로 이 복합적 위기 시대에 가장 지속가능한 공공 자산이며, 총장은 단순한 기관장이 아니라 지역과 미래를 연결하는 지성의 설계자다. 서밋은 그들이 말하는 진실에 정치가 귀를 기울일 마지막 기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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