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쏠림·여성 이탈·석학 유출에 “담대한 인재 유입정책 필요”
“정권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R&D 시스템 마련해야”

(자료=한국과학기술한림원)
(자료=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학기술계 연구리더들이 차기 정부에 ‘담대한 인재 유입·양성정책’과 ‘도전과 균형의 연구개발(R&D) 투자전략’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권고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이하 과학기술계)은 ‘미래 대한민국과 과학기술을 위한 제언’을 표제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과학기술 비전과 정책에 대한 제언서를 발간했다.

제언서에는 첫 100일, 대통령 임기 내내, 향후 30년이라는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는 인재 유입·양성 정책 △기초과학·원천기술 연구 역량 강화 등 다섯 가지의 비전과 목표별 추진 과제가 담겼다.

우선 첫 100일에는 담대한 인재 유입·양성 정책이 제안됐다. 과학기술계는 현재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의대·치대·약대로 몰리는 ‘의대 쏠림’ 현상, 여성 연구자의 중도 이탈, 석학들의 은퇴 후 해외 진출 등으로 인해 이공계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차기 정부에 △여성 연구자의 경력이음 제도 강화 △역(逆) 두뇌유출 방지책 마련 △고경력 과학자 활용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담대한 인재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임기 동안에는 앞서 세운 인재 유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선 때마다 나오는 십만·백만 양병과 같은 정치적 구호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며 “이후 정치적 기조가 다른 정부가 출범하여도 크게 변동 없이 지속될 수 있는 인재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기획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정책으로는 △우수 이공계생을 위한 경제적·사회적 인센티브 확대 △여성과학기술인 체계적 육성 △석학 정년 연장제도 정착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기초과학·원천기술 연구 역량 강화,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 설계, 과학기술 기반 포용사회 실현 등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기초과학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며 “중장기 연구 과제 확대와 창의성·문제 해결 능력 중심의 평가기준 다변화”를 강조했다.

향후 30년에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재제일(人才第一) 정책을 통한 변혁적이되 안정적인 R&D 시스템 구축이 제시됐다.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 인재는 30년 이상 일관되게 교육하고 지원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며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조성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학기술 정책은 정부 주도가 아닌, 과학기술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설계하고 공감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과 시민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정진호 과기한림원 원장은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와 전략, 구체적 제도 개선 제안보다는 미래 30년을 바라보고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특히 지금 한국 과학기술계가 학령인구 감소, 의대 쏠림, 연구자 이탈 위기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그 무엇보다 ‘과학기술 인재를 중요시하는 정책’을 궁리하고 설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책제안서는 제11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 회원들의 의견이 담겼으며, 집필위원으로 김윤영 기획·정책부원장(숙명여자대학교 석좌교수), 홍성욱 정책학부장(서울대학교 교수), 박범순 정책연구소장(KAIST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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