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 사무총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 사무총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 사무총장)

글로벌 고등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전문대학은 생존을 넘어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 행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호주의 듀얼섹터대학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호주의 듀얼섹터(Dual Sector) 대학은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라 실무형 인재 수요 증가, 학습 유연성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 증가, 교육의 평등성과 기회 확대 정책에 따라 실무 기반 직업교육과 학문 기반 고등교육 간 수평적 전이 경로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대학의 형태다. 1988년 존 도킨스(John Dawkins) 교육장관 주도 하에 ‘Unified National System’개혁 추진 과정에서 호주의 대표적 직업교육기관인 TAFE 일부를 기존 대학과 통합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대학(dual sector)을 허용함으로써 학문과 기술의 장벽을 낮추고, 유연한 고등교육 체계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로 탄생하게 됐다.

듀얼섹터대학의 학습경로(pathway)는 세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학업중단 없이 자격과정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 진학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산업수요를 반영해 실무기반 직업교육을 거쳐 학위과정 이론심화, 대학원과정 심층연구에 이르기까지 학점인정(credit transfer)이 가능해 학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졸업자, 유학생, 경력자, 전직자, 경력단절여성 등 다양한 학습자가 다양한 진입점에서 유입이 가능한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호주에는 RMIT, 스윈번 공과대학(Swinburne), 빅토리아 대학교(Victoria University), 찰스 다윈 대학교(Charles Darwin University), 페더레이션 대학교(Federation University), CQUniversity 등 여섯 개의 듀얼섹터가 있다. 이번에 만난 RMIT의 듀얼 섹터 모델은 ‘일-학습 연계, 평생직업역량 개발, 학문-직업 간 경계 해소’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전문대학 시스템 혁신에 실질적인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전문대 졸업자를 위한 학사 연계과정(Bachelor Top-up)의 확대, 전공별 실무과정과 학문 통합교육 설계, 국제공동운영 Pathway 프로그램 사례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역 산업과의 협력 강화와 직업교육과 학위과정을 연계하는 유연한 교육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한국의 전문대학들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최근 듀얼섹터대학들이 전개하고 있는 국제화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호주의 듀얼섹터 대학들은 해외 캠퍼스를 설립하거나 해외대학 간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서 국제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전문대학들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호주에서는 듀얼섹터 대학 발전을 위해 자격 프레임워크 개편,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다. 한국에서도 전문대학이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을 통합해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산업과의 협력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호주의 듀얼 섹터 대학 사례는 한국 전문대학의 성장 전략에 유용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의 경계를 허물고,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유연한 교육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산업체,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전문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