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눈부신 발전,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지금 문명사적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하고 거대한 과제들을 해결할 리더십의 자질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 성장을 이끌 ‘경제대통령’이, 안보가 위협받던 시기에는 ‘안보대통령’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도자상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답은 ‘교육대통령’의 출현이다. 우리는 지금,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재구축 없이는 국가의 미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특히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과거의 교육이 정형화된 지식 습득과 효율적 응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AI 시대에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복합계적 사고, 그리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재적응하는 능력(learning to learn)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여전히 획일적인 교육과정, 암기 중심의 학습, 결과 중심의 평가 방식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괴리가 크다. 특히 대학은 미래 사회를 선도할 혁신의 허브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며 국제 경쟁력도 정체되어 있다는 우려가 크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가 단순한 정책 개선이나 부분적 수술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교육은 사회 시스템 전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산업계, 연구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역학 속에 놓여 있다. AI 시대 교육으로의 전환은 교육 철학, 내용, 방법, 평가 방식, 대학 운영 모델까지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파괴적 혁신’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최고 지도자의 확고한 교육 철학, 통찰력 있는 비전, 그리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육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이 부각된다. 교육대통령은 AI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할 수 있는 리더다.

교육을 경제 성장이나 안보 강화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기반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해 모든 국가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지도자다. 경제나 안보에만 매몰되어 교육 개혁을 소홀히 하는 대신, 교육 혁신을 통해 국가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회 전반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려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AI 시대는 인류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존 질서의 해체와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도전을 던진다. 기술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인간 고유의 가치, 윤리 의식, 사회적 연대를 교육을 통해 어떻게 함양할 것인가, 디지털 격차와 교육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모든 국민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재구축할 책임은 오롯이 차기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우리는 차기 대통령에게 ‘교육대통령’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단기적 성과나 정치적 계산을 넘어, 백년지대계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AI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며 과감한 혁신과 투자를 이끌어낼 리더십을 요구한다.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AI 시대에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고, 국민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시대적 소명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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