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률은 두 배, 재정은 제자리…고등교육 개혁 30년의 명암
김병주 “고등교육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재정은 여전히 구조적 사각지대”
남수경 “고특회계 법제화 통해 안정적 재정 확충 체계 마련해야”

31일 연세대학교 교육과학관에서 '5.31 교육개혁 30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6개 학회 연합학술대회가 열렸다.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토론을 위해 발표자들이 나와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백두산 기자)
31일 연세대학교 교육과학관에서 '5.31 교육개혁 30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6개 학회 연합학술대회가 열렸다.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토론을 위해 발표자들이 나와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이 한국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촉진한 전환점이었다는 평가는 널리 공유된다. 하지만 고등교육재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30년은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31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5.31 교육개혁 30년, 성찰과 전망’ 연합학술대회에서 김병주 영남대 교수와 남수경 강원대 교수는 각각 과거 변화의 궤적과 미래 재정 확충 전략을 제시하며, 고등교육 재정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짚었다.

김병주 교수는 5.31 교육개혁 이후 고등교육재정의 변화에서 양적 증가는 있었지만, 질적 혁신은 뒤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95년 36%였던 고등교육 진학률은 2024년 75%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공교육비 중 고등교육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6% 수준인 1만3572달러(PPP)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그는 “고등교육이 세계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은 양과 질 모두에서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며 “국가경쟁력의 근간으로서 고등교육 재정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남수경 교수는 최근 10년간 고등교육 예산 증가율이 유·초·중등교육보다 낮았으며, 전체 교육예산 대비 고등교육 비중도 감소 추세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환점도 있었다. 2012년 국가장학금 도입,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이하 고특회계) 설치가 고등교육재정 확대의 두 축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남 교수는 “고등교육 재정 확대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안정적 제도설계에 달려 있다”며 고특회계를 연장·확대하는 법률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고특회계를 △고등교육·연구계정 △인재양성계정 △지역·평생교육계정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투입과 성과를 연계하고, 계정별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3년 한시 운영 중인 고특회계를 2차 연장하면서 교육세분 전입 비율을 50%에서 10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약 7조~9조 원의 재원이 추가 확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두 발표자는 모두 “5.31 교육개혁은 고등교육의 구조개편을 제안했지만, 재정에 있어서는 본질적인 변화 없이 진학률 확대만 초래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양적 성장의 그림자 속에서 고등교육의 질과 책무성, 공공성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위기를 새로운 재정정책 설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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