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서일대 AI게임융합학과 학과장
아이가 바로 끝낼 수 있는 숙제는 기어코 미루면서, 게임은 몇 시간이고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부모는 답답하고, 아이는 “재미없어서”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정말 게임이 숙제보다 재미있기만 해서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의지력이나 목표 의식의 문제로 여겨왔다. 노력하면 되고,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은 의지가 약하거나 목표가 없는 것으로 치부했고, 교육은 마땅히 힘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교육 현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디지털배지(Digital Badge)’를 주는 학습 플랫폼이 등장했고, 실시간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퀴즈 앱들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즉각적 피드백’은 이제 모든 교육 혁신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에서 게임화 학습 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에 달하며,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게임은 본질적으로 즉각적 피드백의 연속이다. 몬스터를 잡으면 즉시 경험치가 오르고, 미션을 완료하면 바로 보상이 주어지며, 실패해도 몇 초 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사실 이 메커니즘은 인간의 학습 원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도파민 보상 회로’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교육을 생각해보자.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도 그 노력이 인정받는 건 몇 달 뒤 시험 때다. 중간에 틀려도 왜 틀렸는지 알기까지 몇 주가 걸린다. 반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에 즉시 반응이 온다. 좋은 선택을 하면 바로 보상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즉시 결과를 보여주면서 다시 시도할 기회를 준다.
우리는 원래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배우는 존재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도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즉시 피드백을 받으며 균형을 잡아간다. 언어를 습득할 때도 단어를 말할 때마다 주변의 반응을 통해 학습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학습을 ‘지연된 만족’으로, 성취를 ‘먼 미래의 결과’로 규정해버렸다.
게임이 50년 동안 완성해온 즉각적 피드백 시스템을 이제 교육이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게이미피케이션 기반 학습자는 기능 중심 평가에서 평균 14%, 사실 기반 평가에서는 평균 11%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020년 발표된 Frontiers in Psychology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한 교육 환경이 평균 효과 크기 0.822를 나타냈다. 이는 교육 심리학에서 ‘매우 큰 효과’로 분류되는 수준이다.
실제 사례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외국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는 게임의 연속 접속 보상, 레벨업 시스템, 경험치 누적 구조 등을 채택해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미 글로벌 단위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 러닝을 넘어 게임기반학습으로 전환이 됐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이제야 그 변화의 공론화가 돼가는 시점이다.
물론 모든 교육이 게임처럼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노력과 성취가 즉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점수로, 또 어떤 아이는 배지로, 또 다른 아이는 교사의 즉각적인 칭찬으로 동기를 얻으며 세상을 배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학습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확인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이다. 게임과 교육의 융합은 결국, 학습자를 중심에 둔 즉각적 피드백으로의 회귀다. 이제는 참고 견디는 교육이 아닌, 매 순간 성장을 실감할 수 있는 시대로 걸음을 다시 옮기고 있다.
게임은 이미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사람은 인정받는 순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 교육이 그 지혜를 받아들일 차례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