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고교학점제 학교 현장 실태 파악 설문 결과 발표
교사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학교 정착 어려운 상황”
공동교육과정 실효성 떨어져… 교사 업무 부담 과중

대학 특성을 살려 고교학점제 정착에 기여하는 대학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순천향대에서 아산 지역 고등학생들과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습. (사진=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에서 아산 지역 고등학생들과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고교학점제가 전국의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된 지 넉 달째를 맞았지만, 교육 현장의 혼란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고교학점제의 학교 현장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12~17일 전국 고교 교사 103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의 학교 정착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교원의 54.9%는 ‘여러 여건이 불비됐으나 교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답변도 31.9%에 달했으며, ‘비교적 정착되고 있다’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응답은 각각 10.5%, 1.5%에 불과했다.

이처럼 부정적 답변이 높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현장 상황이 꼽힌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와 관련해 몇 개 과목을 담당하느냐는 질문에 열 명 중 네 명의 교사가 3개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담당 과목이 증가하는 경우 교사의 업무 과중도 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과목이 늘면 어떠한 부담이 가장 크냐는 질문에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생부 기재 부담’이 1순위로 꼽혔으며, ‘수업 준비 및 업무 부담’ ‘시험문제 출제 부담’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온라인학교 운영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교사 중 50.7%는 ‘정규 수업시간 내 운영이 어려워 실질적 활용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19.5%는 ‘물리적 이동의 어려움이나 교내 디지털 인프라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교사 확충 없이 학생의 과목선택권 확보만 추진하면 학교 혼란, 교사 부담 가중을 넘어 학생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고교학점제의 성패는 다양한 교과를 가르칠 정규 교사 확충에 달려 있다”고 촉구했다.

과목별 출결 방식으로 변경된 1학년 교실의 혼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출결 처리 방식이 정착됐는지 묻자 ‘정착되지 않은 편이다’라는 응답이 34.4%, ‘전혀 정착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21.7%에 달했다.

교총은 “설문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고교학점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제도 강행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최소성취수준보장 관련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부에 의지가 없거나 가정, 건강 문제 등 이른바 ‘최성보’가 어려운 학생에게 억지로 기준을 통과시키기보다 다른 진로 대안을 제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각 과목 수업을 3분의 1 이상 결석하거나 기준 성적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고, 학점 부족으로 졸업도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과목별 미이수로 졸업이 어려워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는 보충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보충지도 대상 학생들의 낮은 참여도로 인해 교사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들은 최성보 정책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으로 △학생의 낮은 참여도와 부정적인 참여 태도 △방과후, 방학중 보충지도에 대한 교사 업무 과중 △수행평가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등 기본점수 최대 부여를 통한 형식적 운영 등을 꼽았다.

강주호 회장은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교사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생에게까지 피해를 초래한다”며 “교육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여건 불비 실태와 관련해 특단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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