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막아라” 지역·산업 인력 수요 파악부터
직업계고, 전문대학 연계로 ‘인력 미스매치’ 해소
“전문대학 특성 반영한 정책 설계, 거버넌스 정비 필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교육 공약 가운데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최근 교육계 관심이 뜨겁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교육 공약 가운데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최근 교육계 관심이 뜨겁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이재명 대통령의 교육공약 가운데 하나다. ‘1도 1광역시 1국립대’ 체제로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인재 발굴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지명하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교육체계 마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가균형발전’ ‘지방대 육성’ 정책들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교육 정책의 주요 흐름 중 하나였다. 교육계에서는 균형발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가 인력양성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에 필요한 산업 인력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차원에서 인력양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 인력양성 기본계획은 최근 화두인 외국인력 배분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역과 산업 분야별 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인력양성 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만큼 국가 인력양성 계획의 필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거제대 용접기능장 교육과정 (사진=한국대학신문DB)
거제대 용접기능장 교육과정 (사진=한국대학신문DB)

■ “국가 인력양성 계획 맞춰 대학 인재 양성 목표 세워야” = 지역·산업별로 필요한 인력 수요가 다르지만, 국가에서 제시하는 인력양성 기본계획은 없는 상태다. 현장 맞춤형 산업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전문대학가에서는 인력양성 기본계획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대학에서 학과 인원 증원 혹은 감축하면 여기에 따를 뿐 지역·산업별로 필요한 인력 규모와 인재상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것이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이하 전문대교협)은 “우리나라에는 국가 인력양성기본계획이 없다. 지난해 의대증원도 국가 인력양성 기본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새 정부에서는 국가인력양성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맞춰 어떤 산업에서 어떠한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며 “라이즈로 전환됐기 때문에 지역인력양성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R&D인력부터 현장인력까지 인력 레벨별로 수요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맞춰 대학에서 어떤 인재와 인력을 얼마나 양성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력양성 계획 기반으로 이공계 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공계 인력 양성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맞춰 인력 양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도 회장은 “기술은 급변하는데, 이공계 규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다행히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분이 건축학과 출신으로 이공계에 관심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며 “과거 우수공업계대학 사업 등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있었다. 다시 이러한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공계가 무너지고 있고, 그 여파는 기업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충북보건과학대 ‘찾아가는 미리캠퍼스 진로체험’ 행사. (사진=충북보건과학대)
충북보건과학대 ‘찾아가는 미리캠퍼스 진로체험’ 행사. (사진=충북보건과학대)

■ 진학률 높아지는 ‘직업계고’, 연계 방향은 = 인력양성 계획을 토대로 지역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간의 교육 연계 방향도 제시할 수 있다. 최근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하락하고 진학률은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인력양성 계획이 교육현장과 산업현장 간 ‘인력 미스매치’ 해소 방안이 되는 셈이다.

미래교육자치위원회 지방교육소멸대책본부는 정책 제안서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 하락 문제를 지적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2023년 61.7%로 파악됐다. 최고 취업률은 2017년 81%로 이때보다 2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교육부의 ‘2024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55.7%를 기록했다. 전년도 57.8%보다 2.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진학률은 상승하고 있다. 직업계고 등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후 조기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데 진학률이 높아지는 건 주목할 대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진학률은 47.0%로 전년도 45.2%와 비교하면 약 1.8%포인트 증가했다.

미래교육자치위원회는 직업계고 취업률 하락, 산업수요 대응·현장실습 기회 부족 등의 문제를 전문대학과 연계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간의 ‘직업교육 패스웨이’ 구축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단순히 ‘교육 기간 줄이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전문대학가에서도 직업계고 3년+전문대학 2년 과정으로 연계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2025 전문대학 정책아젠다’에는 ‘중등-고등-산업을 아우르는 직업교육 생태계 통합 구축’ ‘지역정주형 전문기술인재 성장 경로와 육성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승호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전문대학 정책 아젠다 개발 TFT 위원장)은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이 함께 3+2, 군입대를 고려한다면 3+2+2 형태로 직업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직업계고뿐만 아니라 폴리텍과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실습실과 기자재를 공유하고 장학금을 함께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핵심은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간 연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건 ‘직업교육경로’ 구축에 있다. 이병규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간 연계 강화는 국내 ‘직업교육경로’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3+1, 3+2 등 수업연한을 어떻게 연계하느냐 자체보다, 중등에서 고등직업교육으로 이동하면 학습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 목적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직업교육 기간을 줄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 (사진=임지연 기자)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직업교육 체제 강화하려면 = 이 밖에도 지역 내 직업교육 생태계를 마련하고 산업 맞춤형 ‘전문직업인 양성’ 기관인 전문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직업교육 생태계가 부족하다.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 산업체에 취업하거나 지역에서 창업할 때 이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등이 등장하면서 대학 간 ‘연합’이 중요해졌지만 이를 유도하는 제도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승권 총장은 “지역 전문대학 간의 연합과 네트워크를 장려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개별 대학 단위로 광범위하게 변해가는 사회변화와 산업체 기술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대학들이 각자의 특성을 살리면서 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지역 전문대학 간의 연합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 지명을 앞두고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전문대학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서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 정책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병규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교육부는 전문대학 정책을 담당하는 하나의 실·국, 하나의 부서로 일원화하길 바란다. 여러 규제와 제도 개선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를 하나로 통일하는게 시급하다”며 “현재 고등직업교육정책과에서 전문대학을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대학 설립과 운영 전반에 관한 부분은 일반대학 담당 부서에서 맡고 있다. 전문대학 지원 부서가 흩어져 있는 셈이다. 나아가 교육부 거버넌스 개편을 기반으로 전문대학 독자성을 반영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산업과 청년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 없이는 어렵다. 직업교육 활성화는 지역에 청년이 머무르고, 지역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에서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한 인력양성 체계 개편과 제도 정비가 적극적으로 논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