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18% 아르바이트 ‘외국인력’으로 바라봐야
외국인력 수요 파악 ‘정례적’으로 ‘자료 축적’ 필요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인센티브’ 고려”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거주자 등 다양한 체류비자 소지자도 외국인력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사진= 아이클릭 아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거주자 등 다양한 체류비자 소지자도 외국인력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사진= 아이클릭 아트)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외국인력’에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거주자 등 다양한 체류비자 소지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이들도 한국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유학생과 거주자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취업활동 현황을 파악해 인력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내국인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외국인력 유치 규모 설정에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진달래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 서기관은 지난 4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개최한 ‘인구구조 변화와 인력정책 전략’ 세미나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진달래 서기관은 “취업자체가 체류인원은 아니지만 체류 자격 외 활동으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인 거주(F-2), 영주(F-5), 유학생(D-2), 결혼이민자(F-6) 등의 소지자도 취업하고 있으면 외국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문·숙련 외국인력 유치 정책과 사업 평가’에 따르면 거주, 재외동포, 결혼이민자 중 약 50~80%가 국내에서 취업 활동 중이다. 유학생의 18%도 시간제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숙련 외국인력 유치가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차원의 외국인력 수요 파악과 분석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2072년 3,622만 명으로 줄고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1,658만 명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처럼 인구 구조 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국인력 유치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 수요 분석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단발성 수요 조사가 아닌, 조사를 정례화하고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부족인원을 예측하고 외국인력 도입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평가서에 따르면 인력수급 관련 통계로는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가 있다. 다만 이 통계자료 모두 중장기적, 객관적 시야에서 부족인원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숙련기능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노동인력보다 전문기술인력을 키우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이 대표적 예다. 이 사업 선정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뿌리기술 숙련기능인력으로 양성하고 검증에 통과한 학생을 뿌리기업으로 취업 연계하는 제도다.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해 뿌리산업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량검증을 마친 유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자 발급이 수월한 지역특화형 비자(F-2-R)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 정주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지역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 비자 발급기관에서 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비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도 있다.

진 서기관은 “대학별 취업연계율, 정착률, 장기근속률 등을 평가 지표로 삼고 이를 기준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며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은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받고 있는데 이들은 교육 후 기량검증을 통과하는 만큼 기존 고용허가제 기반 숙련기능인력과 차별화된 인력이다. 별도의 비자를 발급해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사업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력 유치 정책을 통합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외국인의 체류자격에 따라 외국인이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정책 통합과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사증발급 안내 매뉴얼’이나 ‘체류안내 매뉴얼’이 미비해 외국인들이 체류 조건이나 연장 요건을 명확히 알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진 서기관은 “외국인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중심이 돼야 부처 간 협업과 조정이 가능하디”며 “단순한 인력 유치가 아닌, 외국인의 정주와 사회통합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공공서비스 수요자인 외국인에 대한 행정 배려와 서비스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 각 나라 순위. (그림= 국회예산정책처)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 각 나라 순위. (그림= 국회예산정책처)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력 유치에 힘쓰고는 있으나, 단순히 유입 규모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비영어권 국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미 국내에 유입된 유학생과 외국인 인력을 산업계 수요에 맞게 적절히 배치하고, 이들이 국내에서 정주하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2023년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4개국 중 24위, OECD 38개국 가운데 21위에 머물렀다. 특히 외국 인재 유입과 여성 인력 비중 등을 평가하는 ‘매력도’ 부문에서는 59위로, 전체 순위보다 훨씬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해당 보고서는 실현 여건, 매력도, 성장성, 지속성, 직업 기술, 글로벌 지식 등 6개 부문을 기준으로 각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진 서기관은 “외국인력은 연봉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개방성, 제도 안정성, 생활 편이성 등 매력도에 의해 정주 장소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비영어권 국가로서 인재 유치에 큰 진입장벽이 있다”며 “보수적인 제도와 단일민족주의에 기반한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 등으로 외국인력이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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