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서울 한복판에서, 비닐하우스 속이 아닌 노지에서 바나나가 열린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한 도시농부가 10년 전부터 실험 삼아 열대 과일을 심었고, 작년부터 열매가 열린다는 기사는 필자에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기후 변화’라는 듣기 좋은 포장지 속에 ‘기후 재앙’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씩 상승해 전 세계 평균 기온보다 3배 빠르게 상승해왔다. 특히 2024년, 대한민국의 연평균 기온이 14.5℃를 기록하며, 1911년 전국적 관측 이래 113년 만에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14.5℃는 1991~2020년 평균 기온(12.5℃)보다 2℃ 높고, 이전 최고 기록인 2023년(13.7℃) 마저 0.8℃ 경신한 수치다. 고기압 발달과 해수면 온도 상승, 대기 순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폭염과 열대야가 잦았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불확실한 농업 환경으로 이어졌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주요국 중 가장 컸으며, 농업 생산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 30년 동안 우리나라 사과 재배 면적은 35.4% 감소했으며, 배(-12.7%), 포도(-34.3%)의 재배 면적도 줄었다. 반대로 아열대 작물인 망고, 파파야, 바나나 등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주요 농산물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미미하다.

세계적인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또한 폭염으로 인한 토마토 수급에 문제가 생겨 국내에서 일시적으로 토마토를 뺀 제품을 판매했고,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또한 양상추 수급이 어려워 양상추 대신 양배추를 활용하거나, 양상추를 뺀 제품을 판매했다. 농촌 진흥청의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작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70년 이내에 남한에서 여름 배추 재배가 불가능해질 전망이라고 하니,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도 식탁에서 보기 힘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전 세계의 주요 작물들도 기후 변화로 인해 다양한 피해를 겪고 있다. 벼는 고온으로 인해 개화 장애를 겪고 생산량과 품질 저하가 예측되며, 밀은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단백질 함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수수는 해충으로 인한 병해 증가와 그에 따른 생산성이 떨어지고, 감자 또한 병해로 인해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벼, 밀, 옥수수 생산량이 기후변화로 인해 최대 25%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곡물 가격 상승과 기아 인구의 증가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식량과 주요 작물들의 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소개할 직업은 농업기술사다. 농업기술사는 농업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농업과학기술을 연구하고, 농산물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품질이 좋은 종자를 보급하고 현장 기술을 개발해 농업인에게 보급하는 일을 한다. 또한 농작물 병해충을 막기 위한 방제 정보를 확산하고, 기상재해에 대비한 기술을 지도하는 일을 수행한다.

농업기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작물학과, 농수산과에 진학할 수 있다. 쌀생산과학 과목을 통해 벼의 형태, 품종, 환경, 품질 등에 대해 학습할 수 있고, 토양환경학 과목을 통해 작물과 재배의 특질을 배우고 작물 생산을 위한 재배 기술과 유전, 환경과의 연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식량작물육종학 과목을 수강하며, 작물의 개량을 통해 실용 가치가 높은 새로운 형태의 품종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종자기능사(산업기사, 기사, 기술사), 유기농업기능사(산업기사, 기사)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예산(1조 1052억 원 규모)을 스마트 농업, 디지털 육종모델 개발 등 미래 대응 성장동력 확충과 신품종 육성 등 식량자급률 향상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그 중 R&D 분야는 6097억 원으로 올해 대비 4.7%가 증가했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이 ‘기회’라고 하지 않았는가?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농업기술사가 돼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작물을 개발해 보는 것은 어떤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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