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청년 49만 명, 전체 청년의 5%… 2~3년 새 급증
정부 복지 정책은 부처별 분절 운영, 수혜자 5% 미만
전문가들 “지역 기반 통합 거버넌스·법제 정비 필요”

연령대별 고립·은둔 이유 실태조사 결과. (그림=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연구)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청년들의 고립·은둔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분절적으로 진행되는 청년 복지 정책을 일원화된 체계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 정부와 지역사회, 기업, 민간 기관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다층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9세~39세 청년 가운데 고립 청년이 2019년 34만 명에서 2023년 49만 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청년 가운데 약 5%가 고립 청년인 셈이다. 고립 청년은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 교류가 전혀 없고, 생활·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받을 사람이 부재한 자로 정의한다. 긴급 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 청년은 2022년 2.4%에서 2024년 5.2%로 늘어났다. 은둔 청년은 외출을 하지 않고 방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 머루르는 청년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방 또는 집 등에 스스로를 ‘가둔’ 상태다. 생계 유지를 위해 간헐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은둔 상황을 숨기고 학교에 다니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지는 않기도 해 고립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고립·은둔 이유로는 ‘대인관계 어려움’과 ‘직업 어려움’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직업 어려움은 20세~24세, 25세~29세, 30세~34세에서 평균 29%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고립·은둔을 시작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건강상의 어려움과 직업 어려움의 응답률이 높아져 청년기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현재 고립되거나 은둔하고 있는 청년 중 과거에 고립 혹은 은둔 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년들이 각각 51.9%, 56.4%다. 청년 가운데 절반이 고립과 은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을 새로운 복지 대상으로 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전달체계를 하나로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현재 청년 지원 정책들이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시행된다는 지적이다.

오상빈 광주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개최된 청년고립과 은둔, 청년복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의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사업’, 고용노동부의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사회안전망 구축 사업’ 등이 있지만 2023년 복지부 정책평가에 따르면 기존 지원 사업 수혜자는 전체 추정 은둔형 외톨이의 5% 미만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오상빈 센터장은 “정부 대응은 초기 단계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워 지원 대상 선정에 어려움이 있고, 복지, 보건, 교육, 고용 등 관련 행정서비스 가 파편적으로 지원되고 있다”며 “부처 간 협력 체계가 미흡해 통합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 센터장은 정부와 민간 기관, 기업이 하나의 거너번스로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은둔 청년 문제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정부, 민간, 지역사회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역사회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법 개정으로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자격증 취득 교과목에 ‘청년복지’를 추가해야 한다. 또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으로 법률 대상자 범위를 청년으로 특화하고 지자체 재량에 따라 대상 연령을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경술 안양시의회 의원은 “사회적 고립 청년은 기존 복지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 새로운 취약 계층”이라며 “대인관계 단절, 취업 실패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방이나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민병덕 국회의원은 “청년복지를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닌 사회적 연결을 회복하는 국가 책임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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