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는 교육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정보의 수집과 분석, 요약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우리는 어떤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가.
오늘날의 고등교육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된 VUCA 시대 속에서, 단편화된 지식 중심 교육만으로는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없다.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보장해 주지 않는 세상, 그리고 AI가 지식을 능가하는 시대에는 결국 ‘사람됨’ 그 자체가 경쟁력이 돼야 한다.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대학은 누구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기술이 앞서가는 시대일수록, 인간에 대한 성찰은 더 깊어져야 한다. 고등교육은 이제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람을 세우는 교육, 곧 인격과 책임을 기르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경쟁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라 믿는다.
한동대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세상을 앞서 이끄는 길을 걸어왔다. 정직, 성실, 사랑, 희생이라는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교육의 본질로 삼는 이 길은, AI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가장 근본적 힘이 된다.
한동대는 이러한 질문 앞에서 ‘전인(全人)교육’이라는 오래된 답을 오늘에 맞게 실천해 왔다. 우리는 교육의 목표를 단지 성과 중심의 인재 양성에 두지 않는다. 정직과 진실, 사랑과 섬김의 가치를 품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 ‘배워서 남 주자’, ‘Why not change the world?’라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를 변화시키는 리더를 세우는 것, 그것이 한동대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동대는 ‘전인지능(Holistic Intelligence, HI)’이라는 교육 패러다임을 정립했다. 이는 지성과 인성, 영성을 함께 갖춘 전인적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며, 다음 네 가지 지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도덕지능(Moral Intelligence)이다. 한동대는 개교 이래 전 과목 무감독 양심시험을 시행해 왔다. 정직과 책임은 교육의 결과물이 아니라, 교육이 시작되는 기반이라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정직을 학습이 아닌 실천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은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기숙 공동체 안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인격과 신앙, 삶의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한다. 교수는 강의실 밖에서도 학생의 삶을 동반하며, 때로는 인생의 멘토로, 때로는 기도의 동역자로 함께 서 있다.
둘째, 융복합지능(Transdisciplinary Intelligence)이다. 한동대는 국내 최초로 무전공·무학과 입학제를 시행했다. 입학과 동시에 학생은 특정 전공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탐색과 경험을 거쳐 자기만의 학습 경로를 설계한다. 복수전공, 자기설계전공, 마이크로디그리 제도 등은 이러한 자기주도적 교육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수학과 국제법, 경영과 심리, 공학과 디자인을 넘나드는 융합 인재들이 자라나고 있다. 또한 한동의 거의 모든 과제는 팀 프로젝트다.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토론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진다. 전공은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신 삶의 사명을 구체화하는 수단이라는 것이 한동의 교육관이다.
셋째, AI활용역량(AI & Application Competency)을 포함한 디지털 지능(Digital Intelligence)이다. 특히 책임을 수반한 윤리적 디지털 지능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학은 기술에 뒤처지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동대의 모든 학생은 AI 기초 및 응용 과정을 이수하고, 학문과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섬길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미네르바 대학, 애리조나 주립대학과 협력해 운영 중인 HTHT(High Touch-High Tech) 기반 수업은 강의 없는 토론식 수업으로, 학생의 주도성과 문제해결력을 이끌어낸다. 특히 케냐에 있는 남아공 출신 교수와 포항의 한동대 학생이 온라인으로 함께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은, 미래 교육의 실제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넷째, 공헌지능(Engagement Intelligence)이다. 배움을 자기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공동체와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기르는 것이다. 한동대는 ‘글로벌 익스텐션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30여 개 지역에서 현장 기반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NGO, 글로벌 기업, 지역 공동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배움과 삶, 전공과 사명을 연결짓는다. 울릉도에서는 인구소멸 위기 대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한동 울릉 캠퍼스’를 설립해 교육과 지역이 공존하는 지속가능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한동대는 전인교육을 디지털과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확장하고 있다. ‘HOPE 플랫폼’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학습 공동체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외 70여 개 대학 및 기관과 함께 ‘HI Alliance’를 구성해 이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단지 프로그램의 확산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에 있다는 연대의 선언이다.
또한 한동대는 지역과 세계를 잇는 지속가능한 글로컬 대학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글로컬대학30’ 선정 이후 울릉도에서는 글로벌 그린아일랜드 프로젝트를, 포항에서는 창업·기업 협력을 기반으로 한 제네시스랩을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세계를 섬기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고등교육은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대학 재정 악화 등 구조적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으며,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사회적 의문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는 동시에 교육이 본래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학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본질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인간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진리를 분별하며, 공동체와 세상을 향한 책임 있는 태도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대학이 감당해야 할 본질적 사명이다. 한동대는 지식 위에 지혜를, 경쟁 너머에 섬김을, 실력과 함께 정직함을 가르치는 교육을 통해, 뿌리 깊은 리더를 세우는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우리는 정직한 리더,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 그리고 세계를 섬기는 글로벌 시민을 길러내는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대학’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끝까지 붙들고 갈 것이다.
대학은 여전히 희망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사람을 사랑하는 교육,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Why not change the world?”. 세상을 바꾸는 일에 당신의 삶을 드리겠는가.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