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국 17개 지자체 중심 일제히 시작
올해 5개 재정지원사업 이어 내년 8개 통합 예정
5개년 기본‧시행계획 수립… ‘지역 강점’ 내세워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날로 심화하는 저출산 위기로부터 파생된 지역소멸,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이하 라이즈)’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이는 기존 대한민국 고등교육재정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하는 것으로, 관련 행‧재정적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특히 라이즈의 지역 안착을 위해 올해 교육부는 전체 재정의 약 절반인 2조 원 이상을 쏟아붓게 된다. 이러한 막대한 국비를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에 이관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자율적인 대학 육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라이즈는 지역 인재를 양성해 이들이 지역에서 취‧창업, 나아가 정주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 궁극적으로는 지역소멸을 막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라이즈 참여 주체 중 핵심인 대학은 기존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지역혁신과 발전을 위한 거점으로 역할을 강화하고, 지역과 상생하며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

다만 라이즈가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권역별 라이즈 전담기구인 라이즈센터의 법‧제도적 부실에 따른 한시적 운영, 지자체-대학 상호간 이해도 부족, 예산 분배 관련 대학 불만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한 상태다. 이에 본지는 라이즈 원년인 올해 상반기 결산과 하반기 전망으로 구분, 결국 지역소멸의 방파제 역할을 해낼 라이즈의 안착 조건 등에 대해 탐구해 본다. <편집자 주>

교육부 청사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 청사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DB)

■ 교육부 예산 절반 ‘뚝’… 지자체에 행‧재정적 권한 넘겨 = ‘지역 정주인구 확대’ 등 지역소멸 방지를 최대 목표로 내건 라이즈는 올해 기존 교육부 주도의 5개 고등교육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해 시행된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2년여 시범기간 운영을 거쳐 올해 라이즈 본격화 시점에 맞춰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대폭적인 통합을 추진했으며, 내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예산 측면에서 그간 여러 부처에 분산 운영돼온 대학 관련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정책 목표 측면에서는 대학의 지역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라이즈에 통합되는 기존 사업은 5개로, 여기에는 △RIS(지역혁신) △LINC(산학협력) △LiFE(평생교육) △HiVE(직업교육) △지방(전문)대 활성화 사업 등이 포함되면, 이들 사업은 고등교육을 통한 지역혁신 역량 강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관련 예산을 합치면 1조2,025억 원 규모다.

이들 기존 사업 외에도 2026년에는 신규 8개 사업이 라이즈에 편입돼 운영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은 첨단분야 인재 양성 및 창업 교육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예산은 총 2,963억 원 규모다.

신규 사업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COSS)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일반대)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사업(일반대) △전문대학 미래 기반 조성 사업(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사업) △대학 산학협력단지 조성 지원사업(일반대) △전문대학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 창업 교육 체제 구축사업(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SCOUT) 사업) △마이스터대 지원사업 등으로 내년부터 더 큰 규모의 통합이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라이즈에 투입되는 올해 총 예산은 1조7,000억 원으로 기존 1.2조 원에 △지출 재구조화를 통한 3개 일반재정지원사업에서 0.3조 원 이관 △의대 교육혁신·지역협력기반 늘봄 지원 등을 위한 순증과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부처협업형 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 인프라 구축 등) 일몰분 재투자 합 0.2조 원을 합친 규모다. 또한 라이즈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에 매칭비 부여를 의무화(지역별 국고 지원액 대비 최소 20% 이상 매칭)함으로써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다. 여기에 내년 8개 사업 이관까지 완료되면 라이즈 예산은 약 2조1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 규모의 라이즈가 도입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이 악화 일로에 놓인 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지역 불균형 심화 △학령 인구 급감 △지역대학의 위기 등 복합적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이에 정부는 기존 중앙 정부 주도 방식으로는 지역별 특성과 수요를 반영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라이즈 추진으로 지자체가 지역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대학 지원전략을 수립‧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교육부는 라이즈 체계 내 사실상 ‘파트너‧동반자’로 자신의 지위‧역할을 스스로 축소했다. 이는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지원전략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육부 등 중앙 주체의 가이드라인 부재로 현장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는 불만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라이즈의 성공 여부는 지자체-대학 등 주체간 신뢰와 협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교육부는 라이즈의 든든한 동반자로 주어진 역할에 맞춰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라이즈 지원전략은 △중앙 및 지역 단위 RISE 추진체계 구축·운영 △지역별 RISE 계획 수립 △사업 운영 △성과관리체계 구축·운영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교육부는 지역 주도로 대학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반영한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앙과 지역의 거버넌스 구축이다. 지역에서는 광역지자체와 대학, 산업계, 교육청 등 지역혁신기관이 참여하는 지역라이즈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 위원회는 지역 라이즈 기본‧시행계획, 라이즈 수행 대상 선정 평가 결과, 성과관리 등 주요 추진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한다. 또한 중앙에서는 교육부‧유관부처 등이 참여하는 중앙라이즈위원회를 구성해 지원전략 수립과 조정을 담당한다.

라이즈의 운영 주체는 17개 광역지자체로, 기간은 2025년 3월부터 2030년 2월까지 5년간 진행된다. 지원 대상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중 기관평가인증을 받았거나 재정진단 결과 재정 건전 대학에 해당하는 학교다.

다만 폴리텍 또는 출연연 등 미적용 대상이거나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학교‧기관의 경우에도 지역 수요가 있고 해당 대학과의 협의체를 구성하면 지역라이즈위원회 결정에 따라 라이즈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 기업의 경우 라이즈 참여는 가능하지만, 관련 예산을 직접 집행할 수는 없다. 예산은 ‘보조금법’에 의거해 지자체 경상 보조 형태로 지원된다.

전국 광역지자체의 라이즈 전담기구인 라이즈센터가 대학 등 라이즈 주체와 협력해 추진 중인 세부과제에 이목이 쏠린다. 결국 라이즈가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들 주체간 적극적 소통에 기반한 신뢰와 협력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전국 광역지자체의 라이즈 전담기구인 라이즈센터가 대학 등 라이즈 주체와 협력해 추진 중인 세부과제에 이목이 쏠린다. 결국 라이즈가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들 주체간 적극적 소통에 기반한 신뢰와 협력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 지역 시그니처 과제 선정… 권역별 ‘나침반 역할’ 전망 = 현재 전국 17곳의 광역지자체는 앞서 수립된 라이즈 5개년 기본‧시행계획을 중심으로 지역대학 등과 적극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라이즈 계획에 지역별 특성화 전략이 뚜렷하게 반영됐으며, 이는 지역별 시그니처(대표) 과제로 수립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몇몇 지자체를 살펴보면 우선 서울특별시는 ‘글로벌 산학협력 선도’를 서울형 라이즈의 대표 과제로 추진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지역대학 역량과 창의·디지털 등 첨단산업 기반을 활용해 산학협력을 국제(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한다. 특히 서울권 대학·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본 글로벌(Born Global: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 창업 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전광역시는 지역 내 밀집한 ‘출연연 연구 협력’을 라이즈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정부 출연 연구소를 다수 보유하고 연구인력 밀집도 1위라는 지역적 특성에 기반해 높은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한데 모은다. 출연연-대학 간 연계를 통해 지역 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연구개발-사업화의 지역혁신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권흥순 대전RISE센터장은 “지난해 대전 라이즈의 시범사업 중 하나로 운영된 출연연 연계형 얼라이언스 운영과 출연연 협력 공동R&D를 통해 출연연 기반 협력 구조의 기반을 다졌다”며 “대전 라이즈의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출연연 기반 협력 구조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랩(G-Lab) 기반 강원엘알에스(LRS) 공유대학 운영’을 시그니처 과제로 내걸었다. 시‧군 수요를 반영한 지-랩(G-Lab‧Gangwon-Laboratory: 지역문제 발굴·해결을 위한 공동연구 플랫폼) 기반 개인 맞춤형 엘알에스(LRS‧Learning Record System: 통합학습기록시스템) 공유대학(공동교육과정) 고도화를 통해 일부 지역에 집중된 대학 자원을 도내 모든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강원형 대학도시 네트워크 조성을 추진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제이비(JB)-스타트업(새싹기업) 캠퍼스 구축’을 시그니처 과제로 추진한다. 전북도의 경우 이공계 박사 졸업자 수는 전국 상위권이지만 낮은 지역 정주율 극복을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인재 양성을 적극 지원하고 전북창업벤처펀드 투자를 연계해 청년들의 농생명·바이오 등 지역핵심산업 분야 창업과 정주를 지원한다.

경상북도는 ‘케이(K)-유(U)시티 프로젝트’를 시그니처 과제에 담아 5년간의 라이즈 여정을 시작했다. 경북도는 비수도권 중 가장 많은 수의 대학을 보유한 특성을 살려 대학이 부재한 기초지자체도 대학의 역량을 활용해 특화 산업을 발전시키고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1시군-1대학-1특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지역 특성화 전략 추진은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구체적 라이즈 혁신 사례로 되돌아오고 있으며, 향후 5년간 추진될 라이즈를 통해 지역과 대학 모두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라이즈 최일선인 기초지자체-대학 간 협업을 통한 구체적 프로그램 추진은 가장 먼저 성과물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