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조선간호대, 교육부에 통합 신청… 2027년부터 신입생 모집
국립경국대 출범 ‘글로컬대학’ 마중물… 강원권 ‘1도 1국립대’ 실현
전문가 “‘몸집 불리기’ 그쳐선 곤란… 자생적 혁신 모델로 내실화”

국립경국대의 지난 3월 공식 출범식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국립경국대의 지난 3월 공식 출범식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역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경계를 허물고 있다. ‘학문·연구’ 중심의 일반대와 ‘실무·직업교육’ 기반의 전문대가 칸막이를 걷어내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대학들이 과감히 ‘통합’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글로컬대학30’ 등 정부 사업이 국·공립대 통합 논의에 불을 붙인 기폭제로 작용했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대학 통폐합 시도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조선대와 조선간호대는 최근 통합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두 대학은 최근 교육부에 오는 2027년 3월 통합대학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 통합 신청서’를 최종 제출했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대학과 지역,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통합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박명희 조선간호대 총장도 “디지털 인공지능(AI) 간호와 지역사회 통합 돌봄 등 지역 보건 교육 혁신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대·조선간호대는 통합을 통해 국내 3위 규모의 간호 인력 양성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간호·보건 분야에서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융합 교육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보건의료 시장을 선도한다는 ‘웰에이징 글로컬 대학’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교육계에선 조선대·조선간호대가 같은 재단 내에 있는 대학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의사결정이 비교적 원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반대·전문대 간 통합을 경험한 한 대학 관계자는 “물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통합, 조직 개편 등 화학적 융합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느냐에 실질적 성공 여부가 달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선대학교 (사진=한국대학신문DB)
조선대학교 (사진=한국대학신문DB)

■ 정부 ‘글로컬대학30’ 사업, 국·공립대 통합 ‘마중물’ = 최근 국·공립대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에는 정부의 대형 재정지원사업인 ‘글로컬대학30’의 영향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을 중심으로 통합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에서도 대학 구조개혁을 재정지원으로 유도하는 제도 여부에 따라 통합 사례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립 일반대였던 국립안동대와 공립 전문대였던 경북도립대는 올해 3월 통합 대학인 국립경국대로 공식 출범했다. 국립안동대·경북도립대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내건 핵심 공약이 ‘통합’이었다. 국립경국대는 통합을 통해 경북 북부권의 바이오·백신 등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한 실무형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거점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강원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인다. 앞서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강원대학교’로 통합한 데 이어 최근 또 한 차례 대규모 대학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강원대는 지난해 지역 내 교육대학인 춘천교대와 통합 논의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립 전문대인 강원도립대와도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재연 강원대 총장은 “강원도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대학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거점 국립대인 강원대의 연구 기반과 강원도립대의 실무 중심 전문인력 양성 역량이 결합한다면 강원도 전체의 고등교육 체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강원대·춘천교대·강원도립대 통합이 이뤄질 경우 춘천교대는 ‘교육연구’ 거점의 춘천 캠퍼스로, 강원도립대는 ‘지산학협력’ 거점의 삼척 캠퍼스로 편입된다. ‘지학연협력’ 거점의 강원대 강릉 캠퍼스와 ‘산학협력’ 거점의 원주 캠퍼스까지 기능을 특화해 전국 최초 광역 단위 통합 국립대인 ‘강원 1도 1국립대’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 성공의 열쇠는 ‘자생력’…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 교육계에선 대학 간 통합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 성격의 행정적인 결합이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탄탄한 학문·연구 기반을 가진 일반대와 현장 밀착형 실무·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의 교육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약할 수 있는 ‘실무형 융합 인재’를 보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다만 일각에선 대학 간 통폐합이 정부 주도 대학 구조조정의 연장선에만 머무르면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각 대학이 지역사회·산업계와 연계해 얼마나 내실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대·조선간호대는 간호·보건과 AI 기술 간 시너지를, 국립경국대와 통합강원대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의 대학 간 통합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은 물론 맞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대학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혁신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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