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성균관대, 사용자 528명 실험으로 입증
현실·가상 외모 차이 클수록 사용시간·몰입도 ↑
“메타버스, 디지털 정체성 실험실 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거기는 진짜 내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또 진짜 나 같기도 해요.”
평소엔 흰옷 아니면 검은옷, 혹은 회색 옷만 즐겨 입는 대학생 김지민(23·가명) 씨는 메타버스 공간에만 서면 화려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아바타가 된다. 현실에선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과감한 화장과 액세서리도 메타버스 공간에선 익숙하다. 김지민 씨는 “친구들이 ‘너답지 않다’고 말하는데 저는 오히려 이게 진짜 내 안에 있던 모습인 것 같다”라고 했다.
메타버스나 RPG(역할 연기 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 때 현실과 전혀 다른 모습의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는 현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굳이 ‘나와 다른 나’를 선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과학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윤우 조선대 교수와 이창준 성균관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메타버스 이용자 52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현실과 다른 외모의 아바타일수록 메타버스에 대한 몰입도가 더 높아진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논문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세계 최고 수준 SSCI 저널인 ‘컴퓨터 인 휴먼 비헤이비어(Computers in Human Behavior)’ 7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가상공간에서 더 과감한 외모, 화려한 패션, 고급 브랜드 아이템 등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현실 모습과 아바타 간 차이가 클수록 사용자의 몰입도와 체류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연구팀은 “단순한 캐릭터 꾸미기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아상적 자아나 억눌린 욕망을 디지털 아바타를 통해 실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바타를 디지털 실험실에서 자아를 탐색하는 도구로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브랜드 전략, 소비 행동까지 바꾸는 ‘가상의 나’ = 이번 연구는 산업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개인이 평소 되고 싶어 하던 ‘이상적 자아’에 부합하는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기능과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협업 전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 인공지능(AI),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최윤우 조선대 교수는 “기술 발전은 단순히 플랫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기 표현 방식과 소비 행동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준 성균관대 교수도 “메타버스와 아바타는 단순한 놀이가 아닌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정체성 탐색과 소비 행동의 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융합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SNS 필터부터 부캐(부캐릭터; 멀티 페르소나), VR 아바타까지 우리는 이미 여러 개의 ‘디지털 나’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단지 Z세대의 취향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체성 전략”이라며 “정체성을 고정된 단일한 것이 아니라 가상 공간을 통해 확장·재구성되는 유동적인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