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년 만에 첫 과학기술계 총장… ‘AI 4 All Ewha’로 융합인재 양성 본격화
미래전략실, 융합혁신연구원, 이화글로벌사회공헌원 신설해 미래혁신 주도
QS 세계대학평가 12개 분야 200위권 진입… 인문·사회 강점, 이공계로 확장
‘EGEP·바이오클러스터’로 산학연병 시너지… 퍼스트 무버형 연구 리더십 강화
글로벌 연구허브 구축 박차… 기독교 정신 바탕으로 ‘나눔과 섬김’ 가치 실천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이 이화여대의 교육 혁신 뱡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이 이화여대의 교육 혁신 뱡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이화여대가 개교 139년 만에 처음으로 과학기술계 출신 총장을 맞았다.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과거 인문·사회 중심의 대학 구조에서 벗어나, 모든 전공에서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융합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종합대학으로서의 특성을 살려 이공계 경쟁력까지 견인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화는 현재 전공별 AI 교과목 확대와 융합연구 인프라 구축, 글로벌 인재 양성 등을 주요 축으로 새로운 미래 100년을 향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음은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과의 일문일답.

- 이화여대 역사상 첫 과학기술계 출신 총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느낀 책임감이나 과제는 무엇인가.
“역사상 첫 과학기술계 출신 총장으로 이화여대를 이끌게 되었다는 사실은 큰 영광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학교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더 이상 이공계에만 머물지 않고, 인문·사회, 법, 의료, 예술 등 모든 분야와 융합되고 있다. 특히 AI는 물론, 양자컴퓨팅과 같은 신기술은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 인간은 이미 공존의 삶을 준비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동시에 기회와 도전이 되며,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설계할 수 있는 인재의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결국 총장으로서 가장 큰 책임은, 이화여대의 모든 학생이 본인의 전공을 넘나들며 AI와 관련된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혁신하고, 여성 인재들이 기술의 소비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이자 방향 설정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술에 인간의 가치를 녹여낼 수 있는, 이화여대만의 인간 중심 기술 리터러시(Human-Centered Technological Literacy)를 정립하고 실현하는 것이 제가 맡은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 정부와 대학이 AI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가운데, 인문·사회계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AI 시대에서 인문·사회와 이공계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는가.
“AI 시대에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의 깊이 있는 통찰과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AI가 만들어내는 결과의 윤리성과 공정성을 판단하고, 법과 제도로 그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경제·노동 구조의 변화에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인간의 사고와 창의성은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등은 기술만으로는 해답을 낼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복합적 질문에 답하려면 기술과 인간, 데이터와 가치, 자동화와 책임의 접점에서 고민하는 융합적 사고가 요구된다.

이화여대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모든 전공에서 AI와 연계·융합 가능한 교육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공계 학생들이 기술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영향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인문·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적 판단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융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 학생들도 AI의 기본 원리와 활용법을 습득해,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기술을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모든 이화인이 참여할 수 있는 ‘AI 포 올 이화(AI 4 All Ewha)’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전공과 관계없이 AI 기술, 윤리, 법제, 응용 역량 등을 균형 있게 갖출 수 있으며, 전공별 맞춤형 ‘AI+α’ 교육과 유연한 학사제도(빅데이터 및 AI 마이크로/나노 학위)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인간 중심 설계와 공감 기반의 사고가 중요해진 시대에 타인의 관점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는 통섭 능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같은 역량은 여성 리더십의 특성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AI 시대에 오히려 여성 인재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주체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화여대의 사명은 더욱 분명하다.”

- QS 세계대학평가에서 12개 학문 분야 평가에서 세계 20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화여대만의 연구역량 강화 전략이 있는가.
“이화여대는 2025년 QS세계대학평가의 학문 분야 평가에서 12개 분야가 세계 200위 이내에 진입하며 인문·사회, 디자인, 교육학, 약학 등의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Theology, Divinity & Religious Studies, Library & Information Management와 Nursing은 51-100위에, Education은 63위에 오르며 각 학문 분야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화여대의 이러한 전통적 강점 분야가 이공계 분야까지도 견인할 수 있도록 총장 취임 이후 ‘세계적 수준의 연구환경 조성과 경쟁력 제고’를 5대 발전 전략 목표로 삼았다. 전략 목표의 실천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인력 육성 및 확보’, ‘글로벌 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몰입환경 구축’ 등을 중점과제로 삼고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공계 연구 분야 성과 제고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는 ‘활발한 국제·국내 공동연구 확대’가 있다. 이를 위해 총장직속기관인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국제·국내 공동연구 중심의 교원평가제도 개선, 국제교류에 필요한 교내 행정 간소화 및 여비 규정 개선 등으로 교수님들이 해외 학자들과 공동연구 하는 데 불편을 없애고자 한다. 또한 박사후연구원들의 겸직 규정을 완화할 생각이다.

또한 이화여대는 인문·사회·예술에서 자연과학·공학·의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학문 분야를 포괄하며, 학제 간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연구를 위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5월 1일 자로 신설된 융합혁신연구원은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수님들이 협력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융합해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학문과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Ewha Global Excellence Program(EGEP)’ 추진을 과제로 삼고, 올해 하반기 중에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교내 우수연구자 역량 강화 △해외 우수석학 초빙을 통한 국제공동연구역량 강화 △집단연구 지원을 통한 융합역량 강화 등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도 교내 연구자가 외부 연구 과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종합적인 행정 지원 체계를 강화해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향숙 총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산학협력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향숙 총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산학협력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산학협력단장 출신으로 현재 구상 중인 산학협력 전략이 있다면.
“지난 2021~2023년 약 2년간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장으로서 ‘전략적인 기술사업화 플랫폼 구축’과 ‘산업계·지역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을 산학협력의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총장 취임 당시 ‘새 시대 새 이화’ 발전계획을 발표해, 이화가 산학협력 영역에서 차원 높은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선언하고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이화여대는 앞서 언급한 EGEP 사업 외에도 기술사업화를 고도화하고 성과 창출 및 확산의 선순환 구조를 세우기 위해 본교-서울병원-목동병원을 연결하는 첨단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클러스터는 산학연병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허브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강점을 가진 특화 분야를 선두로 국내외 지·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창출된 고부가가치 연구 성과를 확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래기술 기반의 창업을 특화하고 지역과의 협력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예정이다.

기술창업의 활성화도 도모할 예정이다. 기술자문의 고도화를 통해 기술이전 실적 창출을 확대하고, 기술이전·창업에 친화적인 학사제도 개선 및 교원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학부·대학원생의 창업 역량 강화를 위해 창업 역량 강화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이화여대는 과거의 산학협력 역량을 토대로 시대적 요구를 끊임없이 반영하며 미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도전하고 발전하고 있다. 포용적 혁신을 통해 대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산학협력 선도 대학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이화여대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HUAP(Harvard Undergraduates in Asia Program)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의 핵심과 관련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이화여대는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세계와 소통하며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7년부터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Ewha-HUAP’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Ewha-HUAP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하버드 학생들이 서울과 보스턴을 오가며 공공 정책, 젠더, 기술, 지속가능성 등 현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주제로 함께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일회성 교류를 넘어 학생 주도형 글로벌 협력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해외 79개국 1038여 개의 기관과 국제교류를 맺고 교환 및 국제계절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2000여 명의 국내외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Global Student Partnership(GSP) △Ewha International Summer College(국제하계대학) △SDG 기반 수업 및 연구 활동 △교수인솔 해외학습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지 ‘해외 경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세계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통합적 사고력, 다문화 이해, 실천적 리더십을 키울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이화의 글로벌 협력 핵심은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화의 전통 위에 미래를 더하는 교육 혁신으로 ‘세계 속의 이화(Ewha the World)’로서 국내외 다양한 기관 및 개인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식과 가치를 나누고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 올해는 이화여자전문학교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 여성 교육 출발점인 이화여대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은 무엇인가.
“이화여대는 한국 여성 고등교육의 출발점이자, 선구적 여성 인재를 배출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대학이다. 139년 전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던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화여대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는 과거의 위업을 계승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포용적 혁신으로 대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이화’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미래를 향한 담대한 전환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화의 슬로건 “새 시대 새 이화, 미래를 이화-하라”(Ewha the World, Ewha the Future)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인 이화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대전환의 시대에 글로벌 환경과 시대를 통찰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며, 미래를 주도하자는 이화의 선언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 혁신이 이끄는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의해야 하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해 있다. 이화여대는 이러한 대내외 도전 과제에 현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현재를 넘어 미래를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이를 위해 학제 간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융합혁신연구원을 설립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환경을 구축하고 선도 연구자를 육성하기 위한 ‘Ewha Global Excellence Program’을 추진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형 연구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겠다. 산·학·연·병 협력을 기반으로 한 첨단 연구 거점인 ‘Ewha Bio·Medi Cluster’를 구축함으로써 연구와 산학협력, 기술이 연계된 글로벌 허브로서의 역할도 확장하겠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AI 4 All Ewha’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고등교육 혁신을 주도할 이화형 미래교육모델을 확립해, 세계적인 연구·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

아울러 이화글로벌사회공헌원을 신설해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나눔과 섬김의 이화 가치를 확산시켜, 이화여대가 역사 속에서 지속해 온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이화’라는 정체성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겠다.”

-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화는 한국 여성 고등교육의 출발점이자, 지난 139년간 수많은 여성 인재를 사회 각계에 배출해 온 학교다. 법조계, 의학계, 과학기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화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고, 최근에는 소수서원 첫 여성 원장도 배출했다. 이화가 한국 사회에 남긴 족적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자산이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실천해 온 것 역시 이화만의 전통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역할 외에도, 조용히 사회 곳곳에서 헌신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화인들이 많다. 그분들이야말로 이화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화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전통을 지키되,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 1886년 설립 이래, 한국 여성 고등교육의 선구자로서 교육을 통한 여성의 권한 강화를 실천해 온 이화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대학이 아니라, 여성의 시선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한 번 더 도약하겠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과 이향숙 총장이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진=한명섭 기자)

■ 이향숙 총장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수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로 재직 하며 이화여대 수리과학연구소장, 기업가센터장,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등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대한수학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한국연구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이 총장은 2025년 2월, 제18대 이화여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윤채빈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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