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최근 청년들의 취업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부족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쉬었음)’고 응답한 청년층 비중은 29.5%에 달했다. 청년 10명 중 3명은 학업도, 일도, 훈련도 하지 않는 상태, 이른바 니트(NEET)족으로 생활하고 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첫 직장에서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6개월에 불과하고, 10명 중 7명은 이직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청년들의 삶에 더 나은 선택의 결과로만 보기에는 사회적 불안이 크다. 이는 단순한 취업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청년들이 단순히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충분히 탐색하지 못한 채 사회로 진출한 데 있다. 진로의식이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한 직업은 만족도를 주기 어렵고, 이는 곧 조기 퇴사와 반복적 이직으로 이어져 개인의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대학의 진로교육은 여전히 취업률 제고에 치우쳐 있다. 취업률이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시 경쟁에서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진로교육은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기보다 대학의 성과 관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은 진로교육은 취업 특강, 캠프, 워크숍 같은 단기·일회성 프로그램에 집중한다. 학생이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설계하는 장기적 프로그램보다는, 짧은 기간에 정보를 주입하는 강연식 교육이 여전하다. 순간적인 동기부여는 가능하나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동원하는 형식에 의존해 지속적인 진로역량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내용 면에서도 진로 적성, 흥미, 성격검사를 통해 개인 특성과 직업 특성을 단순 매칭하는 과거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접근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과 무관하게 ‘검사 결과에 맞는 직업 목록’에 머물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먼저 알고, 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때 비로소 일에서 만족과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진로교육은 직업을 삶이라는 큰 그림 속에 위치시켜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이야기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그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한 동기와 지속력이 생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취업박람회나 역량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런 활동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방향과 의미가 없이 참여하면 그저 스펙 목록에 한 줄 추가하는 수준에 그치기 쉽다. 더구나, 요즘 청년들은 기성세대처럼 ‘생계형 취업’의 압박에 처해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문제는 이렇게 준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의미와 방향을 찾는 훈련 없이 취업 지원활동에만 참여하다 보니, 입사 후에도 선택한 직업과 자신의 삶이 어울리지 않아 조기 퇴사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들이 스스로가 삶의 주제를 발견하고, 그와 어울리는 직업 세계를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저학년부터는 자기 이해와 가치 탐색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형 수업을 운영하고, 고학년 단계에서는 산업 현장실습과 멘토링, 인턴쉽 등을 결합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전공과 직무 선택을 단순한 정보나 취업 시장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연결된 주체적 결정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을 때, 취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이 단기·일회성 실적 중심에서 벗어나 학년 단위의 장기적 진로지원 체계를 수립하고, 학생 개개인의 라이프디자인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청년들이 먼저 삶의 방향을 그리고, 그 위에 직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학 진로교육의 본질이며, 대학과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