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국공립 통합대학… 지자체·공공기관 협력 기반 ‘공공형 대학’ 모델 제시
RISE사업·기회발전특구 선정… 정주형 인재 양성·산업 맞춤형 커리어 브릿지 가동
‘국립의대 신설’ 핵심 과제로 추진… 의료 인프라 확충과 바이오산업 성장 기대
K-인문 세계중심 대학 비전… 전통문화·한류 연계해 글로벌 대학 도약 모색

정태주 국립경국대 총장이 국립의대 신설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과 거점 국립대 경쟁력 강화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잔=한명섭 기자)
정태주 국립경국대 총장이 국립의대 신설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과 거점 국립대 경쟁력 강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국내 최초의 국공립 통합대학으로 출범한 국립경국대는 단순한 대학 통합을 넘어,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새로운 공공형 대학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7월 총장실에서 만난 정태주 국립경국대 총장은 “국립경국대는 경북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로서, 지역 발전의 핵심 허브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의료 인프라 확충과 바이오산업 연계를 통해 지역 발전과 대학 경쟁력을 동시에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정태주 총장과의 일문일답.

-국립경국대는 국내 최초 국공립 통합대학으로 출범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 대학의 국공립 통합은 지역 소멸 위기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협력한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던 재산 문제, 공무원 신분 문제 등 오랜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전남·경남 등 다른 지역 국공립대 통합의 모델이 됐다는 점도 큰 성과 중 하나다. 또, K-ER 협업센터를 출범하면서 경북도 산하 7개 기관과 우리 대학이 협업할 수 있는 기반 체계를 구축해, 지역발전을 위해 지자체·지역 공공기관·대학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공공형 대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도 우수한 운영성과다.

향후 과제는 지역 공공기관과 협업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공기관 인턴십, 경북 기업과 연계한 지역 정주형·특화 인재 양성 커리어 브릿지 프로그램, 공공기관별 협업 과제 추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실천 계획이 실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 중에 있다.”

-국립경국대는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대학’을 표방했다. 첨단기술 시대에 왜 ‘인문학’인가.
“AI 시대일수록 인간 중심의 인문 가치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지역대학의 인문학은 이미 붕괴 직전이다. 적어도 국립대만큼 인문학의 유지 발전을 위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안동’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 자산 보유 지역이고, 우리 대학은 인문 관련 BK21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등 전국 최고의 인문학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최고의 전통 인문 자료를 가진 한국국학진흥원 등 지역 유관기관과의 협업 운영 체계도 구축돼 있기에, 이러한 장점들이 인문학을 특성화 분야로 선정한 이유다.

국립경국대는 단순 학술인재 양성에 그치지 않고, 인문 기반 융합 인재를 기르고, 문화콘텐츠 산업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키울 예정이다. 더 나아가 한류문화전문대학원을 개설해 지역에 필요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K-인문학을 글로벌 한류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키겠다.”

-최근에는 RISE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구상하고 있는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방안이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대학과 지역의 상생은 필수적이다. 특히 수도권과 떨어진 경북은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상호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와 산업발전을 위한 인재를 길러야 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뿐 아니라 경북도와 지자체, 유관기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산업체와 대학 간 연계 협력 장을 확대하는 데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대학이 국립의대 유치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이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역도 청년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결합될 때, 지역의 산업단지가 활성화될 수 있고, 지역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국립경국대는 경상북도 산하기관들을 협업 운영하면서 공공형 통합대학으로서 지역의 발전을 선도할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기회발전특구 수요맞춤형 지원사업’에도 선정되며,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경국대가 목표로 하는 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 전략이 있다면.
“기회발전특구 사업은 바이오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립경국대는 이를 위해 바이오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현업 종사자를 위한 재직자 기술 교육과정과 신규 인력 공급을 위한 실무 중심 교육을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

현재 경북지역산업진흥원,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 주요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건강생활 등 지역 대표 기업들이 참여해 기업 수요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산·관·학 협력 체제가 정착되면 대학–공공기관–수요 기업이 지역 내에서 스스로 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이는 향후 바이오 국가산단 조성에도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이 앞으로 대학이 지향해야 할 인재 양성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가능하다면 여러 산업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이다. 이를 위해 국립경국대는 전반적으로 커리어 브릿지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려 한다. 기본적으로 경북의 강소기업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현장실습과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역에 정착하면서 실무 역량까지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영주에 위치한 노벨리스코리아와 협업해 지난 여름방학부터 수요 맞춤형 실무 공학 인재를 양성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우선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북지역의 기업 및 우리 대학과 협력을 희망하는 다양한 기업 및 기관들과 확대해서 수행해나갈 계획이며, 경북의 산하 공공기관들과도 협업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

-최근 포스텍, 금오공대 등과 함께 ‘K-GKS 초청 장학제도’에 참여하며,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지역 소멸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 가운데 하나다. 국립경국대는 이를 위해 경북도와 협력해 K-GKS 장학생을 유치하고, 한류문화전문대학원을 개설해 이공계 및 한류 관련 전문 인재를 끌어들이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교류원과 협력하고, 우리 대학과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에 한국어학당을 개설·활성화함으로써 외국인 학부 신입생 및 편입생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입학한 학생들이 학업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한 한국어–외국어 번역 시스템 개발과 활용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유학생들이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 개선 등 관련 협의도 진행 중이다.

아직은 첫걸음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점차 체계를 갖춰 간다면 우리 대학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교육을 받고, 나아가 경북 지역에서 취업과 정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태주 총장은 국립경국대가 지역 발전의 핵심 허브이자 싱크탱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정태주 총장은 국립경국대가 지역 발전의 핵심 허브이자 싱크탱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총장께서는 경북 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꾸준히 주장해 오셨다. 그 필요성과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국립의대는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과 지역 균형 발전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 사립대 의대 위주로 정원을 증원하면, 지역 사립대는 시장 논리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기존 대학병원으로 더 많이 투자할 것이고, 자연스레 해당 대학 의대생들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향할 것이다. 경북의 유일한 의대인 동국대 경주분교의 지역 정주율 역시 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역 사립대 의대는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지역 국립의대 신설이 매우 절실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 공백지에 신설되는 국립대 의대는 해당 도지역의 지역 인재 전형을 80% 정도로 높이고, 의과생들이 입학전형·계약형 지역의사제에 종속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지역 공공성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으며, 정부의 기존 의대 위주 증원 정책효과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국립의대 신설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지역 소멸 위기 지역의 신설 국립의대에 한해 지역병원 또는 지자체의료원 등 공공병원과 협력하도록 부속병원 의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사립대 의대는 협력병원 운영이 가능하나, 국립대 의대는 자체 부속병원을 소유해야 하는데, 소규모 도시에서 대학병원을 별도로 설립할 경우 기존의 지역병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이를 완화해서 지역의료 상생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별도 부속병원 신설 없이 국립의대를 설립한다면 기존 국립의대 증원과 비교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이를 통해 지역 의료의 균형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꺼냈다. 2018년 교육부 국립대 육성방안 TF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어떻게 보시나.
“수도권에 산업과 인재가 몰리는 것이 서울대 하나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서울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서, 서울권 대학 전체의 위상이 함께 높아진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서울’을 10개나 만들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립대는 크게 ‘거점국립대’, ‘국가 중심 국립대’, ‘교대’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거점국립대가 9개인데, 정부의 정책은 ‘서울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육성’ 정도로 이해된다. 가까운 일본은 국립대가 입시 선호도 상위 10위(약 700개 대학 중) 안에 다수 포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방 국립대가 상위 20위권(약 200개 대학 중) 안에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방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방대 육성 정책은 지역 균형발전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광역시 등 대도시에 분포한 거점국립대만을 육성할 경우, 경북도·전남도와 같이 거점대가 없는 지역은 역차별받을 수 있고, 지역 중소도시 대학의 소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결국 국립대 중심으로 지역 주요 사립대까지 함께 육성하는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인재를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립경국대가 지향하는 거점국립대학의 역할과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 대학이 지향하는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교육기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의 핵심 허브가 되는 것이다.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그 인재들이 지역 발전의 중추가 되며, 동시에 대학이 지역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대학이 경상북도에 국립의대를 설립하게 된다면 지역민의 의료 복지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주 여건을 확충해 지역 소멸 위기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그 영향력은 단순한 의료 영역을 넘어, 지역 바이오산업의 고도화를 선도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우리 대학은 ‘글로컬대학’ 체제를 통해 단순한 대학 통합을 넘어, 경상북도 산하 교육·연구기관과 협업 운영하는 공공형 대학으로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국립경국대가 새로운 형태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도전이다.

이러한 다양한 도전을 통해 국립경국대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경북 거점 국립대로 성장할 것이다. 나아가 K-인문 콘텐츠 발전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K-인문 신한류’를 선도하며, 경상북도를 한국 문화의 중심으로 부각시키고자 한다.

전국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립대학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K-인문 세계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겠다. 지역과 대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공공형 대학으로 막 날갯짓을 시작한 국립경국대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왼쪽)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과 정태주 총장이 ‘국립의대 신설 응원 게시판’ 앞에서 국립경국대의 향후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정태주 총장이 ‘국립의대 신설 응원 게시판’ 앞에서 국립경국대의 향후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정태주 총장은…
1985년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국립안동대학교(현 국립경국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뒤, 창업지원센터장, 산학협동교육사업단장,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이후 전국 지역중심국립대 기획처장협의회장, 교육부 국립대육성방안 TF 위원, 한국세라믹학회 대구경북지부장, 한국연구재단 국립대육성사업 사업관리위원 등을 맡았다. 2022년에는 국립안동대 지역혁신사업단장을 거쳐, 2023년 7월 국립안동대학교 제9대 총장으로 취임 후 2025년 3월 국립경국대학교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윤채빈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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