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천만 관중 돌파… 대학들, 전광판 광고로 ‘브랜드 전쟁’ 가세
MZ세대와 지역사회를 겨냥한 대학들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 전략 ‘주목’
색다른 경험 제공해 학생·동문 자긍심 고취, 지역민과 호흡하는 무대로도
‘야구장 광고’ 새로운 전환점 되려면… 정교한 마케팅 전략 수립 관건

수원여대는 kt wiz 경기가 열린 프로야구장에서 졸업생 애국가 제창을 통해 학내외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학교 브랜드를 알리는 데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수원여대)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올해 KBO리그가 120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며 ‘국민 스포츠’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 속에서 대학들이 잇따라 프로야구 광고전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히 학교 이름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젊은층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홍보 강화라는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 MZ세대 공략 위한 ‘전광판 마케팅’부터 지역과 함께하는 ‘야구장 캠퍼스’까지 = 국내 여러 대학은 야구장 전광판, 외야 펜스, 포수 뒤 광고판 등을 활용해 교명(校名)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일반대학 중에서는 국립경국대, 대구대, 목원대, 배재대, 성결대, 인제대, 한남대, 한신대 등이, 전문대학 중에서는 경인여대, 동남보건대, 수원여대, 연성대, 오산대, 인하공전 등이 프로야구 광고를 진행하며 젊은 세대를 비롯한 야구 팬층에 학교를 각인시키고 있다. 

이들 대학은 야구장 내 외야펜스, 외야 전광판, 포수뒤 고정광고판, 선수 유니폼 등 다양한 위치와 방법으로 야구장 광고를 통해 학교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프로야구장이 가진 압도적인 관중 규모와 대중적 노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만 명의 현장 관중뿐 아니라 방송·온라인 중계로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상황에서, 대학 이름이 전광판을 통해 반복 노출되는 효과는 기존 홍보 채널보다 훨씬 강력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광고를 집행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잠재적 지원자 확보라는 목표와도 직결된다.

배재대는 프로야구장 포수뒤롤배너에 광고를 진행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배재대)
배재대는 프로야구장 포수뒤롤배너에 광고를 진행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배재대)

대학 홍보 담당자들은 프로야구 광고가 대학 홍보에 있어 여러 장점을 가진다고 평가한다. 우선 대규모 관중과 접점이 마련됐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로 꼽힌다. 한 시즌 100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대학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질 기회를 얻는다.

포수뒤롤배너에 광고를 집행하는 배재대도 이 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 대학 중 하나다. 대전충청대학홍보협의회장인 이형규 배재대 홍보팀 계장은 “중고생 등 젊은층이 야구장에 가서 목청껏 소리 지르고 박수치고 응원가를 부르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됐다. 또 이 장면을 숏폼과 SNS에 올린다”면서 “야구장들을 찾는 수많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대학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 학교 인지도 제고는 물론, 더 나아가 학생 취업, 교수 연구 실적 등 저희 대학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낌으로써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밀착 효과도 크다. 특정 구단의 홈구장 광고를 통해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청년층 타깃과의 접근도 중요한 요소다. 야구팬 가운데 대학 진학을 앞둔 청소년과 학부모 비중이 높아 잠재적 지원자 홍보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원여대는 지난 2018년부터 프로야구 광고를 집행하면서 KT위즈 프로야구단과의 협력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야구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 주민과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고, 이는 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원여대는 kt wiz와 사회공헌 협약식을 갖고 ‘사회공헌 대학’ 이미지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사진=수원여대)
수원여대는 kt wiz와 사회공헌 협약식을 갖고 ‘사회공헌 대학’ 이미지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사진=수원여대)

심상혁 전문대학홍보협의회장(수원여대)은 “프로야구장을 활용한 마케팅은 단순한 브랜드 노출을 넘어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원여대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회공헌 대학’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며, 지역 주민들에게도 친숙하고 신뢰받는 교육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지역 고등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수험생과의 접점이 확대됐고, 이는 입시 전략 측면에서도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원여대의 프로야구 광고는 대학의 인지도, 이미지, 공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광고비 부담과 효과 측정의 한계도 지적된다. 프로야구 전광판 광고 단가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이르러,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언감생심이다. 모 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프로야구 경기 동안 대학 이름에 대한 노출은 많겠지만 실제로 광고를 본 학생이 우리 대학에 입학 지원으로 이어지는지를 측정하기 어렵다”며 “프로야구 전광판 광고를 집행할 경우 프로야구 시즌 종료와 함께 노출 효과가 급격히 줄어드는 점도 선뜻 광고를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다”고 말했다. 

■ ‘야구장 마케팅’ 단순 광고 넘어 학내 행사로 확대 = 일부 대학들은 단순 광고를 넘어 캠퍼스 마케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는 창립 140주년을 맞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연세대학교데이’를 열었다. 배재대도 배재학당 창립 제14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김욱 총장의 시구와 유학생 등 400여 명이 단체관람을 하는 '배재대의 날'을 개최했다. 가톨릭대 역시 지난 8월 27일 키움 히어로즈 야구단과 함께 홈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가톨릭대학교 DAY’를 진행했는데, 다양한 이닝 이벤트를 통해 학교 기념품을 증정하는 시간을 마련하면서 학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대구대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과 제휴협약을 맺은 후 대입정보박람회 개최, 지역사회공헌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학내 행사로 발전시킨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행사는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화합 도모 및 자긍심 고취 등 유대감 강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는 평가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 연고 구단이 있을 경우 다양한 협업 마케팅을 통해 대학이 지역민과 밀착하며 신뢰를 쌓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는 대학이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의 주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 대학명 단순 노출 의존하기보다 브랜드 리프트(Brand Lift Study) 조사 등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 접근 필요 = 프로야구 12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해지면서 ‘야구장 스포츠 마케팅’은 대학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 속 야구장을 찾는 젊은층에게 대학의 브랜드를 알리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위즈파크 외야 메인 전광판에 한신대 로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KBO KBSN SPORTS중계화면 캡쳐)
KT위즈파크 외야 메인 전광판에 한신대 로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KBO KBSN SPORTS중계화면 캡쳐)

한신대도 올해 처음으로 수원 KT위즈파크 야구장 외야 메인 전광판 광고를 집행하면서 야구장 홍보 브랜드 전쟁에 뛰어들었다. 김동규 한신대 팀장은 “이번 광고는 경기장 내 시인성이 높은 전광판 하단에 배치했다. MZ세대와 지역주민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대학 브랜드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수험생과 학부모 등 가족 단위 관람층을 대상으로 입학 정보와 대학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 관람과 TV 중계를 통한 노출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와 이벤트 확산으로 이어져 학생과 동문, 교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사회에서의 친밀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잠재적 입학자원 확보’와 ‘지역민과의 스킨깁 강화’를 주요 목적으로 대학 브랜드의 각축장 된 국내 프로야구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 홍보 담당자들은 “프로야구라는 국민 스포츠를 매개로 학교 브랜드를 알리고, 동시에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고비용 구조와 불확실한 성과 측정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향후 대학들이 어떻게 효율적인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추종호 남서울대 글로벌미래교육원장(스포츠비즈니스학과 교수)은 “우리 대학도 8년전 외야 펜스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광고비 부담, 시즌 종료 후 효과의 급격한 약화, 그리고 실제 입학 지원이나 등록으로 이어지는 전환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면서 “단순 노출에 의존하기보다 브랜드 리프트 조사(Brand Lift Study), 입학 문의 및 지원율 추적(Conversion Tracking), 웹 트래픽(web traffic) 분석, UGC(User-Generated Content) 확산 지표 등 데이터 기반의 성과 측정 도구를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원장은 “정교한 설계와 실행이 병행될 때, 야구장 마케팅은 단순한 노출 효과에 그치지 않고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며 입시 과정 전반을 정교하게 다듬는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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