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제도·재정 제약으로 해외 대학과 격차 심해
대학, 연구·교육·캠퍼스 거버넌스로 사회적 변화를 선도해야
정부와 사회의 제도적 지원 없이는 대학 탄소중립 달성 어려워

강은혜 전국 대학 탄소중립 학생협의체 위원(연세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대학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위성곤TV' 생중계 캡쳐)
강은혜 전국 대학 탄소중립 학생협의체 위원(연세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대학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위성곤TV' 생중계 캡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국내 대학이 탄소중립 전환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장기적 정책 추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은혜 전국 대학 탄소중립 학생협의체 위원(연세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대학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장이자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관으로서 탄소중립을 선도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대학은 제도적·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해외 대학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대학의 탄소중립을 국가 전략과 연결해 제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에 따르면, 대학은 사회적 책무·글로벌 경쟁력·실현 가능성 등 세 가지 차원에서 탄소중립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 서울대가 서울시 전체 건물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상위 25개 건물 중 10개가 대학 관련 기관이기 때문에 대학이 배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만큼 감축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이유다. 또 대학이 연구기관으로서 새로운 기술과 정책을 실험·검증할 수 있고, 학생 참여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세대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 부분에서도 의미가 크다. 강 위원은 “현재 전 세계 1200개 이상의 대학이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고, 일부는 이미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실현했다. 탄소중립은 이제 국제 고등교육계의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 대학 평가 기관인 QS는 2024년부터 대학의 기후 대응 역량을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있으며, 연세대와 고려대는 최근 지속가능성 지표 개선으로 종합 순위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실현 가능성도 높게 봤다. 이미 해외 대학이 재생에너지 전환, 건물 효율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환경 교육 확대 등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에 국내 대학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과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 위원은 해외 대학과 달리 국내 대학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적 제약으로 제생에너지 조달 등의 한계를 짚었다. 대학 내 태양광 발전만으로는 전체 전력의 5%도 충당하기 어렵고, 외부 발전소와의 전력구매계약(PPA)이 필수적이지만 교육용 전기 사용자는 현행 제도상 PPA 활용이 제한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대학이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법·제도 장벽에 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011년부터 추진해온 그린캠퍼스 사업 중단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사업은 대학의 온실가스 감축 인벤토리 구축, 친환경 시설 개선, 환경 동아리 활동 지원 등을 목적으로 운영됐으나 2023년 이후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강 위원은 “그린캠퍼스 지원이 끊기자 일부 대학은 연구와 동아리 활동을 축소하거나 자체 예산으로 최소한의 운영만 이어가고 있다”며 “정책의 지속성 부족이 대학의 기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 위원은 대학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 △그린캠퍼스 사업 재개 △재생에너지 조달 제도 개선 △의무적 점검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그는 “적은 금액이라도 정부의 지원은 대학 현장에 큰 동기 부여가 된다”며 “재정 지원과 함께 정기적 점검을 병행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구성원의 인식 제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학의 탄소중립을 국가 전략과 정합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적 확실성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강 위원은 “신속하고 과감한 탄소 감축이야말로 청년 세대의 미래 소득과 삶을 지키는 길”이라며 “대학이 배출원이자 동시에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탄소중립 전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대학의 도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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