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합격해도 비자에 막혀 입학 취소·중도 포기
사이버대, 현행법상 정규 대학임에도 ‘제도 사각지대’ 놓여
전문가 “비자 발급 뒷받침돼야 학사관리·체류 안정 개선돼”

(사진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 드라마와 K-팝을 즐겨보던 중국 출신 학생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한국 유학을 꿈꿔왔다. 등록금이 비교적 저렴하고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사이버대는 그런 그에게 최적의 선택지였다. 서울의 한 사이버대 경영학과에 합격 통보를 받은 순간만 해도 “드디어 한국에서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필수적인 D-2 유학비자가 사이버대에는 발급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는 “합격증은 있는데 비자가 없으니 학생이 아니라는 말인가. 한국에서 공부한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 베트남 출신 B씨도 서울 소재 사이버대 IT 관련 학과에 입학하며 첫 학기 등록금까지 납부했지만 체류 자격이 없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대학 안내에 따라 베트남에서 원격 수업을 시작했지만 정기적으로 현장 출석을 인정받을 길이 없어 성적과 출석 관리에서 불리했고 장학금 등 학사 혜택도 누릴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정말 (사이버대의) 정식 학생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1년 만에 자퇴를 선택했다.

디지털 전환이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대 입학을 원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선 여전히 유학비자(D-2 비자) 발급이 제한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외국인 학생이 국내 사이버대에 입학이 허가돼도 비자 발급 문턱을 넘지 못해 한국에서 공부할 자격을 보장받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법무부의 각종 지침에 따라 사이버대가 유학비자 발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이버대가 ‘고등교육법’에 따른 우리나라의 정식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현행법은 정규 대학으로 인정하지만, 정부 부처의 지침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김석권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법무부에서 사이버대 유학생 비자 발급을 허용할 경우 학사관리와 학생 신분 보장이 모두 가능해져 오프라인 대학(일반대·전문대)과 동등한 조건을 갖출 수 있다”며 “입학을 원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지만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사이버대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주로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학업을 병행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이버대 관계자는 “이들은 생활비와 학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시간·장소 제약이 없는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살려 학문을 이어가려는 학생들”이라며 “이런 학생들에게 유학비자가 발급된다면 불법체류 같은 문제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이버대에 다니는 일부 유학생의 경우 정식 비자가 없는 탓에 한국어학당 D-4 비자로 우선 우회 입국한 뒤 학업과 무관한 행정 절차를 반복적으로 요구받는 불편을 겪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현장에서는 이에 정부가 제도 개선만 한다면 학사관리 투명성, 출석 인정, 생활 안정까지 한꺼번에 해소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 답답해 하는 목소리가 많은 상황이다.

교육계에선 디지털 전환 시대에 온라인 고등교육을 제도의 사각지대에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K-컬처가 세계를 휩쓰는 이때 스스로 기회를 차버리는 꼴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동진 원대협 회장(건양사이버대 총장)은 이날 본지에 “사이버대 국제화를 위해선 원대협법 제정 등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며 “디지털 기반 교육 패러다임이 확산하는 만큼 사이버대에 대한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사이버대는 사실상 이 정책의 바깥에 놓여 있다. 학문적 열망을 품고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더 이상 합격했지만 학생이 될 수 없는 모순에 갇히지 않도록 교육 당국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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