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사)한국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이사장

이상욱 (사)한국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이사장
이상욱 (사)한국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이사장

인구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출생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생산연령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고령 인구는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이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구조적 변화다. ‘장래인구추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에 따르면, 2072년까지 이러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교육 재정의 구조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을 보면, 전체 104조 8,767억 원 가운데 무려 82.8%가 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 평생교육과 직업교육 분야는 고작 1.1%에 불과하다. 학령기 학생들을 위한 교육 투자도 중요하지만, 정작 사회·경제적 주체로 살아가야 할 성인 학습자와 중장년층, 은퇴자들을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네 가지 화두를 던지며 평생교육 예산의 증액을 바란다.

1. 한 번의 교육으로는 평생을 살아갈 수 없다.

오늘날 교육은 ‘일생일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직업과 기술 또한 끊임없이 진화한다.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는 은퇴 후에도 일정 기간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고, 청년 세대는 직업 이동과 재교육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교육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며, 평생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기술 변화의 물결은 더 이상 뒤처짐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스마트러닝 등 신기술은 삶과 일터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려면 학령기를 지나서도 끊임없는 재교육과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의 예산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 속에 머물러 있다.

2. 평생교육 투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재교육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성인과 고령 인구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결국 국가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교육을 통해 은퇴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복지 지출은 줄고 세수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3. 현재의 문제는 중복과 비효율이다.

현재 평생·직업교육 구조는 부처 간 중복과 비효율이 심각하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지자체, 대학이 각각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연계나 통합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예산은 분산되고 성과는 미흡하다. 이러한 구조를 개편하고, 예산을 전략적으로 통합·운영해야 한다.

4. 평생교육 예산, 어떻게 늘려야 하는가?

첫째, 예산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1.1%에 불과한 평생·직업교육 예산을 최소 3~5%까지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한 재정 확대가 아니라, 국가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일이다.

둘째, 성과 기반 배분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단순히 수강 인원에 따라 예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교육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었는지, 새로운 기술 습득에 기여했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디지털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 AI 튜터, 온라인 직업훈련, 메타버스 학습 공간 등은 앞으로 평생교육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이런 미래형 교육 기반에 과감히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넷째, 지역과 대학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은 주민과 지역 기업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다. 평생교육 예산을 지역과 대학 중심으로 배분하고, 서로의 중복을 줄여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국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학습권 보장이 필요하다. 평생교육 이용권 제도를 확대해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포용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기제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평생교육 예산의 증액은 미래를 위한 투자, 지금이 적기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라 하지만, 지금은 단기적 시급성을 가진 과제이기도 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술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평생교육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교육비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국가 생존 전략이다.

우리의 교육정책과 예산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언제든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더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환경. 그 시작은 바로 평생교육 예산의 확대에서 출발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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