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세계 의료기기 산업 연 7.9% 성장 전망
“의료기기 인허가 전문가, 국내외 규제법 숙지 필수”
“새로운 규제·정보 꾸준히 공부… 소통도 핵심 역량”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보건복지부의 ‘2025년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시행계획’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산업이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의료기기 인허가(RA) 전문가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RA 전문가는 전자의료기기 안전성 등의 인허가를 받는 업무를 담당한다. 식약처 등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CE, 미국 FDA 등 해외 인허가도 받는다. 이를 위해선 국내·외 규제법에 대해 명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8일 본지 인터뷰로 만난 박치대 사이노슈어-루트로닉 RA팀 수석연구원(상무이사)은 RA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으로 ‘꼼꼼함’과 ‘원활한 소통능력’을 꼽았다. 안전한 의료기기의 인허가를 위해선 누구보다 철저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이노슈어-루트로닉은 지난 1997년 국내에 설립된 글로벌 에스테틱 의료기기 기업이다.
박치대 수석연구원은 ”문서를 일관성 있게 꼼꼼하게 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을 알고 명확히 질문할 수 있는 능력, 규제기관의 내용을 기승전결에 맞춰 내부에 전달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며 ”규제기관뿐 아니라 회사 내·외부적 소통능력 역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학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품 인허가에 대한 최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박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규제가 나오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이 변경될 경우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이들의 다양한 시각을 알기 위해서라도 교육에 참석해야 될 때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규격·규정을 열심히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RA 전문가에게 ‘이것을 허가받으려면 어떻게 해야되나’라고 물을 것이다”라며 “이에 답하기 위해 사전에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 국가의 규제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인을 소개한다면.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에 지난 2002년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저는 의료기기 인허가에 관심이 있고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회사가 제게 많은 기회를 주셔서 전자기기 중에서도 난이도 있는 범용전기수술기 등의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제품들을 통해 이 일을 더욱 재밌게 할 수 있었다.”
- ‘RA 전문가’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개발자를 꿈 꿨었고,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의료기기산업개론’이라는 과목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도 있고, 의료기기에도 전기를 쓰는 제품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 회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하게 돼 이러한 제품에 대해 개발도 했는데, 당시 개발자가 제품에 대한 인허가를 했었다. 개발자가 인허가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 시험보고서에 대한 내용, 제품에 대한 컨셉 등을 설명할 수 있어서 이들이 허가를 많이 받아왔다. 우리 회사는 개발자들이 주로 (인허가 업무를) 하고, 당시 대표님께서 직접 해외 인허가를 받았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RA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할수록 규제 난이도가 높아지다보니, 제가 과거에 설명했던 부분들보다 더 많은 것들이 필요했었다. 당시 대표님이 회사에 인허가를 위한 팀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하셨고, 제게 RA 전문가 역할을 요청해주셨다. 개발자로 일할 때 제품 리딩, 프로젝터 리더로서 일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인허가를 많이 받도록 훈련이 돼 있었다. 나는 누군가한테 설명하는 걸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고,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규제기관을 이해시키고 우리 제품을 승인시키는 과정이 재밌다고 느껴 전환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한테 전달될 때는 각 나라별 의료기기법이 있다 보니, 이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매우 험난한 부분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잘 설명해 그 제품이 고객한테 전달되는 ‘통로’를 만들어줬을 때, 회사에서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서 한 편으로는 이 직업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 의료기기 인허가 분야의 전문성과 윤리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인허가에 전문성이 있다고 불리는 사람은 전략을 잘 짜는 사람인 것 같다. (제품 인허가를 위해) 처음부터 전략을 수립할 때,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이들을 모두 예측해 요구사항을 잘 정리하고, 해당 요구사항들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협업해서 산출물들이 제시간에 나와 허가가 해당 시점에 이뤄진다고 하면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윤리성에 대한 부분은, 허가를 받았는데 품질 문제가 생겼을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품질 문제는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정이나 설계 변경은 허가받는 것보다 훨씬 앞서서 끝났는데, 제품을 바꿔주지 않으면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럴 때 RA 전문가가 (허가를) 최대한 단축해서 회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또 윤리적인 부분하고 타협을 한번 시작하면 이는 선례가 (돼) 점차 무뎌질 수 있고, RA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
-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순간이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해 1월, 범용전기수술기인 ‘세르프(XERF)’가 국내 인허가를 받았을 때를 꼽고 싶다. 회사에서 가장 기대했던 인허가 중 하나였기 때문에 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고, 국내 인허가 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허들이 많았던 제품이었다. 그래서 이를 끝냈을 때 ‘드디어 해냈다’라는 마음의 안도감도 있었고, 회사에서 런칭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았다. 팀원들과 함께 관리자로서 마침표를 하나 찍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계획한 대로 인허가가 돼 나머지 부서 등이 계획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유럽의 CE마크, 미국 FDA, 일본과 중국 인허가 등 난이도가 높은 국가의 인허가를 받았을 때 ‘내가 일을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 회사의 팀원들와 관계 부서의 힘만으로도 다른 회사보다 또는 제 시간에 허가를 받았을 때 인정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 해당 직업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업무 범위를 확장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고, 이외에도 업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팀원들이나 회사의 조직이 정말 열심히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나한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허가를 받으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데, 내가 일을 잘 해내지 못해서 문제가 됐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해당 문제는 지속되지 않고 동료와의 소통 등을 통해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거나 밤을 새워서라도 극복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문제가 해결되면 일이 다시 재밌어져 극복되는 것 같다.”
- AI 시대 속 의료기기 인허가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우리 회사가 AI를 안 하기 때문에 어려운 질문이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AI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지금 AI는 하나의 기술로서 이를 의료기기에 어떻게 접목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스타트업들이 적용하고 있고, 기존에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AI 기술을 도입해 제품의 ‘퀄러티(Quality, 품질)’를 조금 더 높이는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또한 AI 기능 중 ‘예방’ ‘진단’ 기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예방 기기 차원에서 상당히 도움을 받고 있고, 진단 의료기기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계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이른 것 같다. 의사의 판단이 더 빠르고 정확하거나 감각적인 판단을 해야 되는 분야에서는 AI에 대한 고찰은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의료기기 인허가 분야의 진로 설정을 위해 고교-대학(학창) 시절, 어떤 학과(전공)에서 공부하면 유리한가.
“이과생이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의료기기는 과학적인 제품이고, 이를 잘 설명하려면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사고를 하기 위해 그 전부터 이러한 것을 배운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다. 공학계 또는 자연과학계 중 생물학과, 의공학과, 전기공학과 등에 진학해 공부하다가 설계보다 이를 이해하는 부분에 조금 더 맞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이 분야가 재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과거에 RA 업무를 하시던 분들 중 해외 수출, 해외 인허가 등의 업무가 있어 영어영문학과, 무역학과 출신도 많았다. 수입 의료기기 업체로의 취업을 원할 경우, 영어실력도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 등과의 소통 기회가 많아져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정해진 관련 전공은 없으나, 우리 회사의 경우 식품공학과, 반도체공학과 출신의 직원들도 있었다. 관련 대학원으로는 동국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울대 등 의료기기산업학과 대학원이 있다.”
- 해당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책상에 앉아서 사색하며 정리하는 것과, 이를 기반으로 남들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면 이 직업이 적성에 맞을 확률이 매우 높다. 새로운 논문·문헌을 보거나 문과적·공학적 사고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적성에 맞을 것이다. 또한 현재 정부 산하에 있는 기관, 외부에 있는 사설 기관에서 여러 유·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니, 반드시 참여해 보셨으면 좋겠다. 실습할 기회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지 파악하고, 재밌다고 느껴진다면 이 직업은 엄청난 미래의 가치를 가져다줄 것 같다. 또한 규제 특성 상 인허가는 ‘갱신’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최소 5년에 한 번은 제품을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기 시장에도 트렌드가 존재하고 새로운 기술이 접목될 때마다 새로운 제품들이 항상 나오기 때문에, 내 제품이 한 번 허가받고 멈추는 일은 잘 없다. 그래서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기업을 통해서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많기 때문에 지방의 의료기기 회사의 취업도 고려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의료기기 산업에 개발자들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많은 개발자분들이 좋은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기여해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