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대 도박중독 환자 603명 → 1135명
“스포츠 도박에 학업·대인관계 무너져” 대학생 고백 잇따라
전문가들 “대학생·청년세대 맞춤형 예방·치유 대책 시급해”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학생들의 주 연령대인 20대의 도박중독 환자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청소년 도박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조명되며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20대 도박중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업·취업에 대한 불안 심리와 디지털 환경이 맞물리면서 대학생 도박중독이 심각 단계에 이르렀다며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9일 본지가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도박중독 진료 환자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20~29세 도박중독 진료 환자는 지난해 1135명으로, 2020년 603명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5년 만에 약 88.2%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3년 한 해에만 954명에서 1135명으로 약 18.9% 늘어나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같은 기간 전체 도박중독 환자는 1661명(2020년)에서 3391명(2024년)으로 2배 늘었다. 20대 증가율도 전체 추세와 마찬가지로 2배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볼 때 20대가 도박 위험세대로 부각되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대문구 한 사립대에 다니는 3학년 A씨는 지난 학기 학점 평균이 1.8에 그쳤다. 친구들과 어울려 시작한 온라인 스포츠 베팅(도박)이 화근이었다. A씨는 “처음에는 주말에 재미 삼아 5000원, 1만 원씩 걸었다”며 “그런데 점점 금액이 커지고 경기 결과가 마음대로 안 되니까 수업 중에도 휴대폰만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A씨는 결국 기말고사를 망쳤고 생활비까지 베팅에 쏟아붓는 지경까지 다다랐다고 고백했다. 가족, 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A씨는 “부모님께 차마 말도 못하고 빚만 늘어났다”며 “친구들도 하나둘 떠나갔다”고 했다. 현재 그는 대학 내 상담센터의 중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경기도에서 대학을 다니는 B씨도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 B씨는 “스포츠 도박에 빠지면서 불면증이 심해졌고 사람들을 피하게 됐다”며 “내가 왜 이렇게 됐지라는 자괴감이 심해지는데 오히려 그럴 때마다 더 게임에 몰입하게 됐다”고 했다.
B씨는 결국 휴학을 결정했다. B씨 역시 대학 상담센터를 통해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혼자였다면 아마 벗어나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학 상담센터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도박 관련 상담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 상담센터 교수는 “예전에는 알코올이나 우울 관련 상담이 주였지만 최근에는 스포츠 도박으로 센터를 찾는 20대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학생들이 온라인 불법 사이트를 통해 (도박에) 쉽게 접근하고 친구 권유나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중독 단계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의 상담센터 관계자도 “도박은 중독성 질환으로 분류된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학업중단, 대인관계 붕괴, 심할 경우 불법 대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도박중독의 배경에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손쉽게 돈을 벌겠다는 이른바 ‘한탕 심리’가 맞물려 온라인 도박 중독 위험을 키운다고 분석한다.
이수경 거제대 교수(사회복지학 박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한 세대일수록 온라인 도박 플랫폼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좀 더 이르게 청소년기에 도박을 시작했다면 대학 시절 본격화되면서 병적 도박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에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청소년 도박 예방과 치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학생 세대를 겨냥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대학 내 상담센터에서 도박중독 관련 일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체계적인 치료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대학은 교육기관이지 중독 치료 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대학생 대상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학 자체적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개인의 일탈로 볼 게 아니라 해당 세대의 도박중독 급증세를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 사회적 문제로 확장해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수경 교수는 “대학 자체적으로는 교양수업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에서 중독예방 교육을 포함하고 학내 상담센터와 외부 전문기관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선 대학생, 사회 초년생까지 (예방·치유의) 지원 범위를 넓혀 청년세대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학 캠퍼스 단위의 예방·치유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청년세대 전체의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많은데 대학 자율적인 노력에만 맡기기보단 학생복지와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