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리차드 IB 아태지역 IB 교육자 인증 컨설턴트
대학입학수능시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필자와 같은 교육자들은 수능이 단순한 점수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 한 번의 시험이 학생들의 미래 기회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시전형이 도입되면서 한국 교육계에서 수능의 지나친 영향력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수능 시즌은 한편으로 교육의 근본적인 방향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교육이 대학 입시라는 좁은 관문을 향한 경쟁이 될 것인가? 아니면 각 학생의 성장과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정책 입안자와 교육계의 주목을 받으며 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미래 교육의 핵심 가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국제 바칼로레아(IB)와 협력하여 국공립·사립대학들과 함께 현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교사가 교육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에 서도록 해 2022년 개정 한국 교육과정을 현장에 효과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취지다. 지역대학과 사립대학들은 학습·교수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사를 지원하는 IB 교육 인증 (IBEC, IB Educator Certificate) 프로그램을 일찍이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올여름에는 서울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를 비롯해 주요 대학의 교육학과가 참여하면서 2025년 9월 현재 한국내 IBEC 운영 기관은 12곳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학생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더 큰 흐름을 보여준다.
IBEC는 현지 대학의 전문성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육 실천을 결합한 독창적인 협력 모델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전인적이고 전문적인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IB 교육 철학과 교수·학습 접근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탐구 기반 학습’, ‘개념적 이해’, ‘학습·교수·평가 접근법’, ‘IB 학습자상(다방면으로 균형 잡힌 인격 특성의 집합)’과 같은 IB의 핵심 원칙을 직접 탐구하고, 오늘날과 미래의 교실에 적합한 교육을 설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단순히 자격을 취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들 스스로 교육 실천이 학생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며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실험하는 촉매제가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교실은 ‘정답 찾기와 교과과정 소화’에 초점을 맞췄고, 대학 입시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질문하고 탐구하며 협력하는 힘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사의 역할 전환이 시급해지고, IBEC 프로그램의 의미가 드러난다.
IBEC 과정을 이수한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학습을 일상과 더 넓은 세계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주체가 된다. 더 나아가 국제 교육자 공동체에 합류함으로써 최신의 근거 기반(evidence-based) 연구에 접근하고 가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교육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IBEC의 확산은 한국 교육에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먼저 정책 입안자, 고등교육 기관과 교육자들이 전국 공교육의 질 제고와 21세기 학생 양성에 있어 교사가 맡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자명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사실이다. 또 다른 메시지는, 미래 교육이 아무리 기술과 제도적 장치로 채워진다 해도, 그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교사와 학생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에게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가 마련될 때 교실은 보다 활기차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교육 혁신의 출발점과 미래 교육의 성패는 전문성과 자신감을 지닌 교사가 주체가 될 때 가능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현재 한국의 교실에서도 새로운 교수·학습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교사들이 이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IBEC의 확산은 교실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하며 교육 개혁을 지원하고, 교사들의 성장과 전문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체계적인 교사 지원을 통해 교실을 넘어 학생들이 보다 풍부한 학습과 삶의 경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