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마침내 교육부 수장이 임명됐다. 최교진 전 세종시 교육감이 그 주인공이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이라는 강행 절차 끝에 이뤄진 이번 임명은, 전임 이진숙 후보자의 낙마로 공백 사태가 길어진 기억을 소환하며 씁쓸한 데자뷔를 남긴다. 역대 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 인선은 유난히 지난했는데, 이번 사례 역시 한국 사회가 교육 리더십을 둘러싸고 얼마나 정치적 갈등에 얽매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의 모든 난제와 맞닿아 있다. 저출생, 청년 실업, 지역 소멸, 사회 양극화 등 당면한 문제들은 결국 교육을 통해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육 정책은 언제나 정파적 이해관계의 전장이 되어 왔다. 작은 제도 변화조차 국민 다수의 삶과 직결되기에, 교육부 장관 자리는 본연의 정책 집행 책임을 넘어 정치적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후보자의 정책 비전과 전문성을 검증하기보다, 과거 행적이나 사생활을 둘러싼 가십성 의혹이 중심이 된다. 청문회가 사실상 ‘정치적 난타전’으로 전락하면서, 교육 수장 후보자는 낙마하거나 만신창이가 된 채 임명된다. 이렇게 상처 입은 장관이 취임 후 과연 교육 현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개혁 동력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 스스로가 교육의 권위를 훼손하는 자충수를 반복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인식이 왜곡된다는 점이다. 청문회 때마다 후보자가 어떤 비전으로 교육을 바꿀지보다 ‘이번에는 어떤 흠결이 나올까’에 초점이 맞춰진다. 언론 역시 정책 논의보다 폭로전에 집중하면서 교육 행정은 신뢰를 잃는다. 결국 여야는 소모적 대립을 이어가고, 아이들과 대학, 교사와 학부모는 정책 불확실성 속에 또다시 불안을 감내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 인선 난항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가 아니다. 장관 교체가 지연되는 동안 주요 정책들은 표류한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 지역 대학 살리기,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안착,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 평생교육 체제 구축 등 시급한 과제들이 장관 공백으로 늦춰진다. 대학 구조개혁이나 등록금 제도 개선 같은 민감한 현안도 결정을 미루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교육 현장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제 공은 최교진 장관에게 넘어갔다. 그는 세종시 교육감을 역임하며 혁신교육을 실험해 온 인물이다. 지방교육자치의 경험은 분명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앙부처 수장으로서의 역할은 차원이 다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교육 정책의 최전선에서,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임명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극복하고, 교육의 본질에만 집중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역할도 막중하다. 교육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 교육을 정치 투쟁의 도구가 아닌 국가 백년대계의 터전으로 세우는 데 확고한 비전과 지원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교육 개혁을 직접 챙기고, 장관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권한을 부여할 때만이 개혁은 동력을 얻는다. 동시에 야당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와 발목잡기를 벗어나, 건설적 대안과 합리적 견제를 통해 협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육만큼은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교육 혁신의 출발점은 화려한 정책 슬로건이나 기술 도입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과, 교육 수장을 임명하는 과정의 성숙도에서 비롯된다. 청문회가 정책 검증의 장으로 복원되고, 교육부 장관이 정치적 공격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 리더로 자리매김할 때, 비로소 한국 교육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다.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장관 인선 난항은 이제 끝내야 한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 합의 없이는 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최교진 장관의 임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대한민국이 과연 교육을 정치가 아닌 미래의 이름으로 대할 수 있는지, 그 첫 시험대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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