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봉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
우리나라가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족한 공교육 시설과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부는 사립학교 설립을 적극 장려하였고, 동시에 사립학교 운영의 자주성과 공공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다.
이에 따라 1963년도에 사립학교법을 제정하여 사립학교 설립자의 교육이념을 존중하고 건학정신을 구현해 온 결과,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교육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학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동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학의 현실은 점점 더 숨통이 조여오는 구조로 변해 왔다. 그것은 바로 사립학교법 개정 때문이다.
동법은 2025년 3월까지 총 93회에 걸쳐서 개정됐으며, 그 과정을 돌아보면, ‘자주성보다 공공성과 투명성’, ‘지원보다 규제’라는 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이는 마치 팥이 빠진 찐빵처럼, 본래의 취지와 내용이 빠져버린 ‘앙꼬 없는 사립학교법’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5년도 개정 사유를 한 사례로 살펴보면, “학교법인의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하고(개방이사), 이사장은 당해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그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의 장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며, 학교회계의 예산은 당해 학교의 장이 편성하되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친 후 이사회의 심의·의결로 확정하도록 한다.” 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사학비리 근절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된 각종 규제 장치는, 실제로는 일부 사례를 전체 사학에 일반화한 결과다. 회계, 인사 및 시설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국․공립학교 수준 이상의 규제를 부과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이나 세제 혜택은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 정부 재정 지원 비율은 여전히 낮고, 등록금 규제로 인한 재정 압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국 사립대학은 ‘책임은 무겁고, 권한은 제한되며, 지원은 부족한’ 삼중고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교육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학생 복지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설립자와 학교법인의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좌초되고, 우수 인재 확보와 학문적 실험은 재정난과 행정 절차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관료주의의 족쇄에 묶여 뒤처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립대학이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공공성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건학이념을 실현할 권리와 책임을 설립자에게 부여하지 않고, 모든 운영을 획일적인 규제의 틀에 가둬둔다면 사립대학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성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간섭은 결국 학생과 사회 전체에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사립학교법은 ‘앙꼬’를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설립자의 권리와 건학정신을 존중하는 조항을 명문화하고, 이사 선임 및 대학 운영에서 법인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규제를 최소화하고, 대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사립대학을 국가 고등교육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
사립대학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앙꼬 없는 찐빵, 즉 권한과 자율성은 빠지고 의무와 규제만 남은 사립학교법 아래에서는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렵다. 이제는 규제가 아닌 신뢰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법률 체계로 전환해야 할 때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살리고, 사립대학이 다시금 지역사회 및 국가발전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