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AI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최근 교수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AI가 논문, 보고서, 창작물 개발 등을 척척 해내는 시대에, 교수들은 학생들이 작성한 과제가 과연 그들이 스스로 작성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 학생들의 무분별한 AI 사용은 단순한 부정행위를 넘어, 학습의 본질을 훼손하고 학문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부산의 모 대학에서 있었던 교수의 과제 실험에 관한 언론 기사를 보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기사에 따르면 교수는 과제 안내문 파일에 엉뚱한 내용을 함정으로 작성하고 흰색으로 보도록 하여, 안내문을 그대로 복사해 생성형 AI 프롬프트에 붙여넣기를 한 학생들은 엉뚱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장치를 해 둔 것이다. 그 결과 약 50%의 학생들이 잘못된 과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사실, 과제 작성에 AI를 사용한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AI가 작성한 결과물을 아무런 검토나 평가도 없이 그대로 카피해 제출한 비윤리적 행태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대학에서의 평가는 단순히 지식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시험보다는 과제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작성과 같은 질적 평가를 통해 지식의 활용과 새로운 지식의 생성에 더 높은 가치를 둬야 한다는 교육학적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학습자의 AI 사용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AI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AI를 학습자의 독립적 사고력과 비판적 글쓰기를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간주하며, 학습자가 직접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내외 일부 대학들은 ‘AI 탐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과제를 검사하고, AI 사용이 적발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AI를 교육의 도구로 포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보고, 학습자들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AI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 자연스럽게 편재하는 방식으로 이용될 것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학습자의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은 아마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학습자는 학습 과정에서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정당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학습자의 AI 사용에 따른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평가 방식의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는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마치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는 표절로 간주된다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구술 시험, 발표, 팀 프로젝트 등과 같은 대면 평가 방식을 강화해 학생들의 AI 활용을 포함한 실제 수행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식으로 변화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혹자는 과제 평가를 신뢰할 수 없으니, 그저 교실에 모여 시험 보는 것이 최고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과거로의 회귀라는 단순 전략에 불과하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어떻게 검증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과 윤리적 활용을 위한 교육과 논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AI 활용에 대한 일방적 윤리 교육은 정해진 규칙이나 기준을 설명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의 인식 전환에 있다.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AI 활용에 따른 문제 인식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의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많은 대학이 AI의 윤리적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강의실에서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하고 평가에 반영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교수들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학습자의 성과를 확인하고, 의미있는 성장이 이뤄졌는지를 검증하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함은 분명하다. 과연 누구에게 A+를 줄 것인가?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의 노력과 성과에 공정한 평가는 대학에서 소중하게 다뤄야 할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