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 정원 확대·계약학과 확산…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예고
대학가 “기초학문 약화, 자율성 침해 불가피”… 우려 목소리 확산
산업계 “교육혁신 속도전 필요”… 예산·성과관리 접점 관건 될 것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교육 분야 6대 국정과제를 확정하며 인공지능(AI)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학 정원 배분과 교수 인사, 수업 방식까지 바꾸는 전면 개편이다. AI 분야 대학·대학원 정원을 늘리고 산업 맞춤형 계약학과를 확대하는 등 정부 차원의 인재 정책 컨트롤 타워까지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계에선 사실상 국내 고등교육의 판을 다시 짜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18일 교육부는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AI 디지털시대 미래인재 양성’을 포함한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구본억 교육부 인재양성지원과장은 이날 본지에 “누구나 AI 기초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하고 수업 방식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야 대학·대학원 정원은 증원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 수요에 맞춘 계약학과도 확대될 전망이다. AI와 다른 전공을 결합한 ‘AI+X’ 융합 교육과정도 대폭 늘어난다. 두뇌한국21(BK21) 사업단에서도 AI 연구단을 추가 선정하고 단기·집중·취업 연계형 AI 부트캠프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번 국정과제 정책을 추진하며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 개편도 예고했다. ‘대한민국 인재지도’를 구축하고 국가인재위원회를 신설해 대학 정원과 학제 운영, 교수 인사까지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인재 양성 정책을 한데 모아 정부 차원으로 조정하겠단 의미다.
■ 대학 현장 “기초학문 약화, 자율성 침해 불가피” =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 현장에서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기대보단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원 확대와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다른 기초학문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당장 제기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실제 이미 일부 대학들은 AI 분야 학과 신설을 위해 인문·사회계열 정원을 줄이는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소재 한 사립대 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원은 늘리라고 하지만 총량은 묶여 있으니 결국 다른 학과에서 줄여야 한다는 소리”라며 “기존 학문 생태계 균형을 해치지 않고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사립대 사학과 교수도 이날 본지에 “AI 교육이 불가피한 흐름이긴 하지만 기술 교육에만 치중할 경우 기초학문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철학·인문학적 기반과 함께 가야 AI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대학 정원과 학제 운영에까지 주도할 경우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며 “거버넌스 설계 단계부터 대학의 자율성과 국가 전략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수 충원과 교수법의 변화도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국가석좌교수’ 제도를 신설하고 AI 분야 최고 연구자에게 정년 예외를 허용하는 등 연구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교수 임용의 기존 틀이 달라지고 강의실 수업 역시 과거의 전통적 강의보다는 프로젝트 기반의 데이터 활용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영남권의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본지에 “AI 교육을 확대하려면 결국 교수 신규 채용이나 기존 교수에 대한 재교육이 동반돼야 한다”며 “예산과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산업계 “속도 내야 한다” = 반면 산업계는 교육계의 우려와는 다소 다른 시선으로, 이번 정부 정책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경기도에 본사를 둔 AI 분석 분야 기업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기업들은 이미 AI를 경영 전반에 적용하고 있지만 대학 교육은 속도가 느린 것 같다”며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인재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부트캠프로 흡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IT 기업의 인사 담당자 역시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생 중 상당수가 현재 현장에서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교육과 산업 수요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국정과제 성패는 결국 예산과 실행력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국가책임 AI·이공계 인재 양성’ 명목으로 총 3336억 원을 반영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A씨는 이날 본지에 “예산 총액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집행 방식”이라며 “대학과 지자체, 산업계가 취업률, 창업 건수, 연구성과 같은 성과지표를 공유해야 한다. 정책이 현장과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가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