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미래성장산업 선도형’ 선정…중견 사립대 첫 대규모 과제
서울·인천 배분형, 경기권 집중 투자형…지원 구조 뚜렷한 차별성
반도체·AI·모빌리티 인프라와 직결… 수도권 대학 구도 변화 전망

단국대학교 반도체 클린룸에서 실습하는 학생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단국대학교 반도체 클린룸에서 실습하는 학생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주지영 기자] 단국대가 경기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서 최대 규모인 총 200억 원을 확보했다. 수도권 대학의 경쟁 구도, 판세에도 상당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권의 중견 사립대인 단국대가 이번 초대형 과제를 따내면서 이제까지의 서울 소재 대학 위주의 경쟁력·서열 구조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단국G-RISE사업단은 지난 6월 경기도의 RISE(라이즈) 공모에서 ‘미래성장산업 선도형’ 부문에 선정돼 연 40억 원씩 5년간 총 200억 원을 지원받는다. 경기도 내 라이즈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단국대는 강남대·용인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2030년까지 AI·빅데이터, 디지털전환(DX), 첨단 모빌리티, 반도체 등 경기도 전략산업(G7·GX) 분야에 인재 3만 2000여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오영 단국대 G-RISE사업단장(교학부총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산업·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선순환 혁신 구조를 만들겠다”며 “경기도 전체 대학의 생태계 변화도 이끌 수 있도록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반도체 국가산단, 판교 AI 밸리, 화성 K-City 자율주행 실증단지 등 실물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만큼 지역대학이 곧바로 산업 현장과 연결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 현장에선 단국대의 이번 대규모 사업비 지원을 놓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대학의 판도가 달라질 계기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단국대의 대규모 사업비 확보와 함께 아주대, 한국공학대, 가톨릭대 등도 잇따라 대형 트랙에 뛰어들면서 수도권 내 대학 경쟁 구도가 점차 다층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좌섭 단국대 산학부총장은 “라이즈 사업이 기존 서울 중심의 대학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며 “단국대가 라이즈 도입 이후 이처럼 대형 사업비를 따내면서 경기권 대학이 서울·인천에 비해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마련됐고 향후 중견 대학들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인천 배분형, 경기는 집중 투자형 =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은 라이즈를 추진하면서 다수 대학에 예산을 나누어 주는 방식을 주로 쓴다. 도시의 대학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읽힌다.

서울 라이즈는 글로벌 경쟁력, 외국인 인재, 창조산업 등에 무게를 두고 다수 대학을 포괄해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 35개 대학(일반대 26개교, 전문대 9개교)을 선정해 총 565억 원을 배분했다.

인천 라이즈도 대학 컨소시엄을 토대로 정책 과제비를 운영한다. 12개 대학에 196억 원을 분배했다. 늘봄학교 연계 등 인천시 차원의 수요가 높은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대학당 최대 200억 원까지 집중 지원하는 구조다. 경기도청은 올해 국비 135억 원을 추가 확보하면서 라이즈 최우수 시·도로 선정된 바 있다. 교육부 사업과 별개로 도 차원의 G7 미래산업 전략과 맞물려 AI·반도체·모빌리티 등 국가 전략산업을 직접 견인할 대학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번 단국대 사례가 경기도의 이른바 ‘집중 투자형’ 라이즈 지원의 대표적 성과로 꼽고 있다. 경기권은 AI·반도체·모빌리티 같은 실제 산업 현장과 바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차별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이 곧바로 기업 연구와 실증 테스트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용인특례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조성 중인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특화단지다. 최대 300만 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추정된다. 판교에서 성남·시흥·부천·하남까지 확장되는 AI 혁신클러스터 역시 경기도가 올해에만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9대 전략, 52개 사업을 추진한다.

또 화성에 있는 K-City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와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실제 도로 주행 실험과 차량 연구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덕분에 모빌리티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곧바로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기권의 산업 현장 구조 덕분에 향후 수도권 대학들의 힘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 인프라와 대학의 라이즈 사업단이 연결되면 경기권 대학은 새로운 학과를 만들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습한 뒤 기업에 바로 취업까지 이어지는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실제 단국대는 반도체 특성화를 위해 융합반도체공학과와 차세대반도체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인공지능학과와 AI융합연구원을 신설해 지역산업과도 연계하고 있다. 또 자동차 디지털 포렌식 보안 리빙랩을 설립해 자율주행 분야 연구까지 확장했다. 산업 수요에 직접 응답하는 대학 혁신 모델로도 평가된다.

다만 관건은 대규모 재정 지원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산업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고용·창업·기술이전 성과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전력·용수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만큼 대학의 인재 양성과 산업단지의 수용 능력이 동시에 보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길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라이즈추진본부장은 “경기도 라이즈 사업은 경기의 집중형 모델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수도권 내 권역별 대학의 위상을 새롭게 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 내 중견 대학이 초대형 과제를 확보하고 산업과 직결된 전략을 추진하는 흐름 자체가 이미 판도 재편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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