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대 40억원, 교수 1인당 연구비도 1억원… 압도적 성과
경기과기대·인하공전·서울예대·한양여대·인덕대 등 10억원대 기록
전체 전문대 3분의 1은 연구비 전무… “구조적 불균형 해소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주지영 기자] 한국농수산대가 올해 전문대 연구비 수혜 실적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경기과기대, 인하공전, 서울예대, 한양여대, 인덕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대학은 10억~40억 원대 연구비를 확보했다. 본래 연구중심대학이 아닌 전문대가 특성화 분야를 통해 연구 역량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본지가 교육부로부터 입수해 전국 전문대 연구비 수혜 실적을 전수 분석한 결과 한국농수산대는 총 40억 7690만 원을 확보해 전문대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임교원 수를 보더라도 52명으로, 교수 1인당 약 1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셈이다.
이어 경기과기대가 32억 4440만 원, 인하공전이 22억 9210만 원, 서울예대가 19억 3730만 원, 한양여대가 12억 8900만 원, 인덕대가 10억 7490만 원 순으로 집계됐다. 울산과학대는 9억 7770만 원, 서일대는 7억 5830만 원, 동의과학대는 7억 210만 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본지 분석에서 흥미로운 점은 연암대다. 연암대의 경우 연구비 총 규모는 3억 7360만 원으로 비교적 크지 않지만 전임교원 수가 31명으로 소규모라, 교수 1인당 연구비가 20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전문대 중 4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로서, 농축산 특성화 대학이라는 성격과 LG그룹 산하의 지원 방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위 몇몇 대학들이 농축산·공학·예술 등 특성화 분야에서 연구비를 확보하며 연구 역량을 드러낸 반면 상당수 전문대는 사실상 연구비 절벽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한라대, 서영대, 용인예술과학대, 부산과기대 등은 전임교원이 100명을 넘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전문대임에도 연구비 총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교수 1인당 연구비도 사실상 0원이거나 수십만 원 수준에 머무르는 곳이 많았다.
다만 이 같은 격차가 일부 대학의 사례라기보다는 전문대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전문대 자체의 연구 역량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히려 일반대와 전문대 간 구조적 불균형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는 의미다.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역대 정부마다 전문대 교육 혁신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구호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의 일반대 위주, 그마저도 상위 몇몇 대학에만 연구비가 집중되는 현 구조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전문대 연구 여건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마이스터대 도입에도… 전문대 연구 성과 제자리 = 이 같은 불균형은 최근 몇 년간 도입된 마이스터대 정책과도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전문대에도 석사 과정을 부여해 직업교육과 연구개발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본지의 이번 분석만 놓고 보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이스터대 과정을 운영 중인 일부 전문대가 있음에도 일반대와의 연구비 격차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권순무 대구보건대 마이스터대학장은 본지 통화에서 “마이스터대 도입은 전문대 위상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였지만 시범사업 성격의 한시적 지원에 그쳐 연속성이 부족했다”며 “연구비 구조가 일반대에만 집중된 현 체제에서는 전문대 연구 역량 강화가 사실상 멈춰 있다”고 말했다.
권 대학장은 이어 “일반대와 달리 전문대는 규제상 대학원 설치나 박사과정 운영이 제한돼 있다”며 “직업교육 혁신을 말하면서 연구 인프라는 뒷전인 모순이 이어지고 있다. 특례 지정이나 규제개혁을 통해 전문대가 연구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홍석 울산과학대 교무처장도 “마이스터대 사업 기간에는 학생 연구비 지원이 가능했지만 사업 종료 이후에는 후속 지원이 끊기면서 한계가 드러났다”며 “전문대 대학원(마이스터대)은 일반대처럼 논문 중심 연구인력 양성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애로기술을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지향한다. 고숙련 인재 양성이 목표인 만큼 이에 맞는 별도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집 연암대 마이스터대사업단장은 “전문대는 실용학문과 현장 경험을 강점으로 하지만 일반대와 같은 잣대로 경쟁하면 밀릴 수밖에 없다”며 “전문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구분해 일정한 몫을 보장하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대 연구비는 일반대와 비교할 때 규모 자체가 현저히 작은 상황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가 연간 7000억 원대 연구비를 확보하는 것과 달리 전문대 1위인 한국농수산대조차 40억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일반대는 연구비를 통해 교수 연구와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지만 전문대는 여전히 실습 중심 교육에 치우쳐 있어 연구 경쟁력 확보가 제한적인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전문대에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보건·간호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산업 연계와 산학협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연구비 지원에선 사각지대가 여전해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전문대 교육 혁신은 또다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문대 연구비는 교수 개인의 학문 성과가 아니라 지역 산업과 직결된 직업교육 기반의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일반대 위주로만 설계할 것이 아니라 전문대 실정에 맞는 산학·실습 중심 연구비 지원 체계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전 차관은 “전문대 연구비는 결국 지역 산업과 직결된 직업교육 기반 투자”라며 “정부가 전문대 여건을 단순 보조적 영역으로 취급하지 말고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줘야만 전문대 교육 혁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