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현 대구대 교수 “연구중심대학 강화만으론 서열 더 심해져”
전문대 교육, 실습비·장비비 부담… 무상화로 인력난 해소 필요
공영형 사립대·단계적 무상화 병행해 지역 균형 기반 확보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서울대 10개 만들기’만으로는 대학서열 완화와 연구생태계 회복이 반쪽에 그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과제로 추진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의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해 연구 분야 정점에 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국내 학습 수요자의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하는 성인 학습자,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이주 가정 등을 위한 평생·직업교육 강화 없이 일부 국립대 중심의 연구 기능만 강화하는 것이 또 다른 불평등을 키운다는 경고가 교육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대 무상교육을 함께 실현해 현장 인력 기반을 두껍게 만드는 투-트랙 정책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구중심대 강화와 직업교육 무상화가 결합할 때 고질적인 대학서열 완화,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이야기다.
23일 박치현 대구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본지에 대학문제연구소 ‘대학, 담론과 쟁점’ 발간을 알리며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 “대중적이지만 미완의 처방”이라고 다소 박한 평가를 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연구중심대학만 강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교육의 병목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거점국립대 학부만을 키우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입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입시 지옥은 심해지고 지방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에 따라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만 추진하는 것은 부족하고 ‘전문대 무상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업교육에 대한 공공성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며 “전문대 교육이 실습과 장비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상 학부모·학생이 떠안는 경제적 부담이 다른 어떤 고등교육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등록금뿐 아니라 현장에서 쓰는 소모품, 실험 기자재, 병원·산업체 실습비 등이 모두 개인에 전가되면서 취약계층 학생일수록 학업을 포기할 위험에 내몰린다는 것이 박 교수 설명이다.
그는 “전문대 무상교육이야말로 현장 인력 부족을 막는 안전판이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학부모·학생이 책임지는 구조에서는 인력난·미스매치도 구조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연구중심대학을 강화하는 것과 전문대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것,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연구중심대학을 키워 학문적 수월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문대 무상교육을 도입해 직업교육 기반을 튼튼히 하는 투-트랙 개혁이 필요하다”며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전문대 무상교육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야만 대학서열 완화와 연구 생태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가져올 현실적인 위험도 경고했다. 국·공립대에만 집중적으로 자원을 쏟아붓게 되면 지방 사립대나 규모가 작은 전문대는 더 빨리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상위 몇몇 거점국립대만 살아남고 주변의 대학들은 도태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공영형 사립대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방에 있는 사립대·전문대까지 공공성의 틀 안에서 함께 묶어내야 지역의 중간 허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공영형 사립대·전문대 무상교육을 함께 추진해야 지방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가 다양해지고 지역산업과 연계된 인력 양성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 투입은 단계적 접근 방식을 주문했다. 처음부터 모든 등록금을 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실습비·장비비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후 재정 여건을 고려해 점차 등록금 전체로 무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제안이다.
정책 성과를 평가할 때도 지역정착률, 취업률, 임금 상승효과와 같은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 무상교육이 실제로 지역에 머물러 일하고 더 나은 조건으로 취업하는 결과를 낳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그림자에 가려진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도 함께 살리는 구조여야 한다”며 “무상교육과 공영형 사립대 도입이 고등교육 전체를 균형 있게 세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