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지방대 지원자 10% 증가, 수도권 대학 절반은 지원자 수 감소
입시 불확실성 속 ‘집 근처 대학’으로 안정 지원 택한 수험생들
지방권 거점 국립대 경쟁률 상승, ‘실리’와 ‘안정’이 주요 선택 기준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리는 코엑스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리는 코엑스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지방권 소재 대학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절반 가까이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해 지방권 수험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의 무리한 상향 지원보다는 '집 근처 대학'으로의 안정 지원을 택한 결과로 분석된다.

종로학원이 2026학년도 전국 192개 4년제 대학 수시 지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권 소재 110개 대학의 지원자 수는 총 112만 4901명으로 전년 대비 10만 4272명 증가했다. 특히 대구·경북권은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12.4% 증가해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으며, 강원권(11.7%), 충청권(10.6%)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권 42개 대학 중 20개 대학, 경인권 40개 대학 중 17개 대학은 지원자 수가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서울권은 지원자 수가 2.1% 증가에 그쳤고, 경인권은 0.1% 증가에 머물렀다. 이는 지방권의 10.2% 지원자 증가와 비교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경쟁률 격차 심화…지방 상위권 대학 약진 = 지원자 수 증가와 함께 지방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도 전년도 5.98대 1에서 6.49대 1로 상승했다. 특히, 사실상 미달로 간주되는 경쟁률 6대 1 미만인 지방권 대학의 수가 지난해 68개에서 올해 53개로 감소하며 지방대의 전반적인 경쟁률 상승을 견인했다.

지방권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은 경북대로, 전년도 12.91대 1에서 올해 14.51대 1로 상승했다. 또한 단국대(천안)(11.11대 1), 충북대(10.91대 1), 건국대(글로컬)(10.59대 1), 연세대(미래)(10.48대 1), 부산대(10.13대 1) 등 여러 지방권 상위권 대학들이 1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은 서울권이 18.83대 1, 경인권이 13.02대 1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수험생 증가(황금돼지띠 출생아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방권 지원자들의 ‘탈(脫)서울’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 입시 불확실성과 ‘안정 지원’ 추세 = 2026학년도 수시 지원 경향은 단순한 학령 인구 감소를 넘어,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 불안정한 고용 시장이 수도권으로의 상경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할 경우 발생하는 주거비,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은 ‘집 가까운 곳’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게 실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의대 정원 축소, 사탐런(사회탐구 영역으로의 쏠림 현상) 등 올해 입시를 둘러싼 여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이 소신껏 상향 지원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이는 경쟁률 6대 1 미만 대학이 줄어든 지방권 대학들의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경기침체로 지방권 학생들이 무리하게 서울이나 경인권 대학에 지원하는 것을 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대 정원 축소, 사탐런 등으로 입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 지원 추세까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수도권 대학들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대학 입시 트렌드의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수험생들이 단순히 성적에 맞춰 상향 지원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여건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지역 내 유력 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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