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배냐 혁신성이냐… 글로컬대학 최종 발표 앞두고 전망 엇갈려
통합·특성화 내세운 대학들, 내부 갈등이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 직면
1000억 원 걸린 마지막 기회,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최종 본지정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약 1000억 원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공하는 이 사업은, 이미 1차와 2차에 걸쳐 20개 대학 및 연합체가 지정됐다. 이제 남은 10개 내외의 자리를 두고 3기 예비지정 대학들이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전과 달리 2025년과 2026년 선발분을 한꺼번에 지정하기로 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대학가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최종 발표를 앞두고, 과연 어떤 전략과 변수가 당락을 가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지역 안배 vs 혁신성…‘양날의 칼’ 된 충청·호남권 약진 = 이번 3기 본지정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지역 균형’이다. 앞선 1, 2차 선정 과정에서 지역별 안배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1차년도에는 수도권과 인접한 경상권 대학이 다수 선정되면서 지역 편중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2차년도부터는 충청권과 호남권에서 각각 2개씩의 대학이 예비지정 명단에 오르며 지역 균형을 맞추려는 교육부의 의지가 엿보였다.

이러한 기조는 3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예비지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충청권과 호남권 대학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면서, 지역 안배가 이번 심사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성은 여전히 글로컬대학 선정의 핵심 가치다. 교육부는 “단순히 특정 지역에 할당하기보다는, 혁신성과 실행 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우선 선정해 성공 사례를 확산시키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1차 본지정에서 두 차례 연속 예비지정됐음에도 최종 고배를 마신 순천향대와 전남대의 사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지역 안배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파격적이고 실현 가능한 혁신 모델을 제시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내부 갈등이라는 암초, ‘파격’ 뒤에 숨겨진 변수들 = 글로컬대학 선정 과정에는 단순히 혁신 계획의 우수성만으로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학 내부 갈등이다.

올해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델 중 하나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초광역 통합 모델이다. 두 대학은 오랫동안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갈등을 빚었으나, 글로컬대학 사업 추진을 위한 극적인 합의에 성공하며 실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특히 충남대는 학부생과 공무원 직원들의 반대가 많아 진통을 겪었고, 공주대 역시 학생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양 대학이 극적으로 통합을 합의하며 초광역 통합대학이라는 파격적인 비전을 제시했지만, 본지정 이후에도 통합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있다.

사립대의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호원대와 연합 모델로 예비지정된 전주대는 사업을 둘러싼 학교법인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인해 박진배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박 전 총장은 “학교 법인이 글로컬대학의 필수 요건인 정관 개정을 이사회 의결을 통해 반대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최종 선정에서 멀어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은 글로컬대학 사업이 단순히 대학의 외형적 혁신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단순히 재정 지원을 넘어 대학 스스로가 지역 소멸 위기에 맞서 생존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을 찾도록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학사 구조 개편, 대학-지역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무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 계획을 실행계획서에 담았다.

1차 본지정에서 성공 사례로 꼽힌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모델이나, 2차에서 선정된 동일 재단 내 통합인 원광대-원광보건대, 사립대 연합인 동아대-동서대 등은 모두 혁신을 위한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 가운데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합의는 국립대 초광역 통합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며 다른 대학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종 발표는 이러한 파격적 혁신 계획을 담은 대학들의 당락을 가르는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내부 갈등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한남대, 한밭대와 같이 대전지역에서 단독으로 도전장을 내민 대학들 역시 지역 내 다른 대학과의 연계 협력 방안을 어떻게 제시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더 이상 대학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 산업계,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최종 발표는 단지 10개 대학의 이름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이 지역의 혁신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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