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2만여 가족 유전체 분석해… 신규 유전자 18개 확인
PTEN 등 11개 유전자, 변이 위치에 따라 임상 양상 크게 차이
연구진 “환자 맞춤형 상담·예후 예측 활용될 과학적 근거 마련”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자폐의 유전적 원인을 설명하는 새로운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고려대의 안준용 교수 연구팀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유희정 교수 연구팀이 자폐인의 특성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체 해석 기법을 개발한 것이다. 특히 같은 유전자라 하더라도 변이가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진이 새로운 유전체 해석 기법으로 최근 자폐 관련 신규 유전자 18개와 변이 위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유전자 11개를 밝혀냈다.

왼쪽부터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수휘 고려대 박사과정
왼쪽부터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수휘 고려대 박사과정

고려대에 따르면 연구팀은 미국에서 참여한 2만 1735가족, 총 7만 8685명의 유전체와 임상 정보를 분석했다. 특히 기존에는 보통 전체 인구 집단의 평균을 기준으로 변이 효과를 따졌다면 이번에는 가족 안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기준으로 삼아 변이의 영향을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적용했다.

이 방식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자폐 관련 유전자 18개를 새로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이 가운데 11개 유전자는 변이가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의 정도나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세포 성장과 분화를 담당하는 PTEN 유전자에서 촉매 모티프라는 핵심 부위에 변이가 생기면 다른 부위 변이보다 자폐 증상에 훨씬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더라도 변이가 어디에 생겼느냐에 따라 자폐인의 증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에 “이번에 개발한 분석 기법 덕분에 변이가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살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자폐 연구 범위가 넓어질 뿐 아니라 환자 상담이나 증상 예측에도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같은 변이가 있어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른 이유를 밝힐 단서를 찾았다”며 “앞으로 진료 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족 기반 분석으로 발견된 신규 자폐 유전자와 특징
가족 기반 분석으로 발견된 신규 자폐 유전자와 특징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자폐 연구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까진 전체 환자를 평균적으로 비교해 설명했지만 이제는 개인별 특성을 반영해 훨씬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안준용 교수는 “이번 성과는 ‘왜 같은 변이를 갖고 있는데도 증상이 다를까’라는 오랜 질문에 답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환자마다 맞춤형으로 증상을 예측하고 상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본지에 “자폐는 원인이 복잡하고 증상이 다양해 그동안 진료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제는 과학적으로 증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으니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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